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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대사전은 ‘잘생기는’ 중?
서지원 기자  |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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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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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립국어원에서는 ‘잘생기다’류의 품사를 동사로 바꿨고 큰 사회적 파장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국립국어원이 공개한 표준어대사전 수정사항이 화두에 올랐다. 표준어대사전 홈페이지에 공개된 3/4분기 수정내용에는 총 40개의 표제어 수정사항이 등재됐는데, 이에 따르면 ‘잘생기다’, ‘못생기다’ 등의 품사가 형용사에서 동사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잘생기다’를 이루는 ‘생기다’ 등도 ‘보조 형용사’에서 ‘보조 동사’로 품사가 변경됐다.

동사로 바뀐 ‘잘생기다’

이러한 개정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가 시끌벅적하다. 한 네티즌은 “우리 모두 잘생깁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로 명령과 청유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사 ‘달리다’와 같은 경우 ‘(빨리) 달려’ 또는 ‘(우리 모두) 달립시다’와 같이 ‘달리다’의 의미를 담은 ‘명령’과 ‘청유’문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잘생기다’를 동사로 인정한 것은 ‘잘생깁시다’라는,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말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지난 6일자 기사는 “이제부터 나는 ‘잘생기는 중이다’라는 어색한 표현도 어법에 맞게 됐다”며 “동사는 현재, 과거, 미래형 시제와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시생들은 울상이다. 평소에 자주 시험문제로 출제되는 단어들의 품사가 바뀌어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공시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출제되는 단어의 품사가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국립국어원의 개정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형용사는 상태를 나타내며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그런데 ‘잘생긴 사람’처럼 명사를 수식하는 데 쓰이는 ‘잘생기다’는 아무리 봐도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로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왜 ‘잘생기다’의 품사를 바꾸는 수정을 감행했을까?

‘잘생기다’, 왜 동사됐나?

‘잘생기다’를 포함해 ‘못나다, 잘나다, 못생기다’등은 ‘잘생기다’류라고 묶어 부른다. 담고 있는 의미뿐 아니라 활용 방식 또한 비슷하기 때문이다. 2014년도 논문 ‘잘생기다류의 품사’에 따르면 이러한 ‘잘생기다’류는 전체적으로 한국어 사전에서 동사에서 형용사로 바뀌고 있다. 90년대 출판된 주요 10개 사전 중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과 표준어대사전을 비롯해 8개의 사전이 ‘잘생기다’류를 형용사로 보고 있으며 동사로 보는 것은 두 개의 사전에 불과하다. 이는 ‘잘생기다’의 현재형 활용인 ‘잘생겼다’가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형용사와 동사를 분류하는 기준을 정할 때 학자들은 단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단어의 활용양상(-다, -는다.)을 고려한다. 보다 명확한 분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형용사의 경우 ‘-다’를 통해 현재를 나타내며 동사의 경우 ‘-는/ㄴ다’를 이용한다. 형용사 ‘예쁘다’를 예로 들어보자. ‘저 꽃이 예쁘다’라는 말은 ‘지금’ 그 꽃이 예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사인 ‘뛰다’는 ‘뛴다’로 활용해 현재를 표현한다. 하지만 ‘잘생기다’는 이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를 나타내기 위해 ‘-었다’를 써서 ‘잘생겼다’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잘생기다’와 비슷하게 활용하는 ‘늙다’를 살펴보고 ‘늙다’의 품사를 따라가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잘생겼다/늙었다’, ‘늙었다니/잘생겼다니’ 등에서처럼 두 단어의 활용 양상은 비슷하다.

‘늙다’는 ‘사람이 늙는다’와 같이 ‘늙어가고 있음’의 동사적 의미를 갖도록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사람이 늙었다’와 같이 형용사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이때 ‘늙다’를 동사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늙었다’는 ‘과거부터 늙어와서 지금 늙은 상태다’를 의미하는 동사의 완료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동사에 어미(-었다)를 붙여 활용함으로써 형용사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잘생기다’도 마찬가지로 ‘동사’로 생각하면 어미(-었다)를 활용해 형용사의 의미를 갖는 ‘잘생겼다’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논문은 ‘잘생기다’류는 동사의 옷을 입고 있지만 형용사의 의미를 갖는 단어라고 결론짓는다.

‘잘생겼다’가 동사로 인정됐다고 해도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잘생겨라, 잘생깁시다’ 등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 최정도 연구사는 ‘~임에도 불구하고’의 경우에 ‘불구하다’는 동사지만 ‘불구하고’라고만 사회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잘생겼다’가 동사더라도 ‘잘생깁시다’는 올바른 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용사와 동사로 구분이 쉽게 가능한 용언과는 달리 ‘잘생겼다’류는 그 경계에 있는 단어였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개정은 국어문법체계에 보다 통일성을 가져오는 변화”였다며 “(사회에서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국민이 사용하는 국어에 큰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며 혼란을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에 ‘잘생기다’류의 개정이 있었던 이유로는 “몇 년 전부터 ‘잘생기다’류의 품사는 동사라는 기조가 학계에 있었다”며 “사회적 파장이 클지라도 표준어대사전은 올바른 것을 쫓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표준어대사전, 어떻게 편찬됐고 관리되나

우리말의 표준이 되는 표준어대사전은 국립국어원에서 관리한다. 1991년 설립된 국립국어원은 3년간의 교열 작업을 포함, 약 10년간의 연구 끝에 1999년 표준어대사전을 편찬했다. 우리말의 표준이 되는 표준어대사전은 일반어 25만여개를 포함해 북한어, 옛말 등을 모두 등재하고 있다.

언어는 새로운 단어가 발생하거나 기존 단어의 뜻이 바뀌는 등 계속해서 변화를 겪는다. 국립국어원도 이에 따라 계속해서 표준어대사전을 갱신·관리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는 외부위원들로 이뤄진 국어심의회와 함께 사회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표준어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자장면의 복수표준어로 짜장면이 인정된 것이 그 예다. 북한말, 방언연구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전에 등재된 말을 표제어라고 하는데, 이러한 표제어를 관리하는 것은 어문정보과에서 이뤄진다. 어문정보과에서는 1년에 4번 표제어 수정을 위한 안건회의를 갖는다. 안건에는 국민들로부터 제안된 내용, 학계에서 제안된 내용을 비롯해 국립국어원에서 내부적으로 조사한 내용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모인 안건은 내·외부 사전 관련 권위자로 구성된 위원의 찬반으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통과된 안건은 표준어대사전 개정에 바로 반영되며 표준어대사전에는 분기당 십여 건의 표제어 추가, 백여 건의 뜻풀이 추가·수정이 이뤄진다. 띄어쓰기, 참고 어휘 수정 등을 포함하면 그 수가 분기당 천여 건에 이른다. 수정사항 중 주요 내용은 표준어대사전 홈페이지에 등재된다.

최 연구사는 “표준어를 명확하고 올바르게 정의해놓지 않으면 공문서나 법적 문서의 해석만 해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좀 더 표준으로 인정받을만한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준어대사전은 온국민이 따르는 국어의 표준이기 때문에 관리의 부담감이 작지 않다”며 “하지만 표준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풍조는 오히려 의미 해석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표준어대사전은 다른 사전들과 함께 다양한 뜻풀이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글·삽화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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