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우리대학 온라인 민원창구 ‘총장에게 바란다’에 ‘저희는 제대로 된 서양미술사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환경조각학과 전공수업을 가르치는 담당 교수가 해당 과목에 전문적이지 않고 심지어 잘못된 지식으로 강의해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현재는 학생들의 문제제기로 담당 교수가 교체된 상태다.

자신을 환경조각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민원 작성자는 환경조각학과 2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서양미술사2’를 담당하는 교수의 강의 역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포털사이트 지식백과를 그대로 인용한 자료로 강의했으며 유명 화가의 대표작을 알지 못해 인터넷에 검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담당 과목에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미술작품의 화가를 잘못 가르쳐주는 등 틀린 정보로 강의하기도 해 많은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준비하며 큰 불편을 느꼈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과장과 해당 교수를 직접 만나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강의는 개선되지 않았다. 작성자는 해당 교수가 오히려 미래에 자신과 학생이 미술계에서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강의 개선을 위해 총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조각학과와 대학본부 측은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다음 학기부터는 더 적합한 교수로 교체하겠지만 한 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교수를 당장 교체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해당 민원에 대해 총장은 ‘이번 일에 대해서 (환경조각학과의) 학과장 및 교수들이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번 학기는 수업이 시작되었고 이미 상당기간 경과되어 갑자기 담당 교수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더 많을 것’이며 ‘현행 담당 교수님이 수업 개선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으므로 최대한 조언과 설득을 통해서 남은 수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의 답변이 있었지만 학생들과 해당 교수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 일이 서울시의회까지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서울시의회 조상호 기획경제위원장은 지난 11월 2일 열린 우리대학 기획경제행정감사에서 “잘못 배운 학생들은 졸업을 해버린다. 틀리게 가르치는 부분이 나중에 A/S가 되냐”며 총장을 질책했다. 이에 환경조각학과 내부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졌다. 환경조각학과 이윤석 학과장은 “학생들과 수차례 면담을 하고 해당 교수에게도 조언을 하며 수업을 개선하려고 했지만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교수회의를 통해서 보고 했고 다른 교수로 대체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얻어 교수를 교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업에서는 교체됐지만 해당 교수가 교수직에서 해촉된 것은 아니다. 이윤석 학과장은 “(해당 교수가) 환경조각학과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추후에 적절한 과목이 있다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당 교수에 대해 이윤석 학과장은 “원래는 프랑스 대학과의 교류협정을 도와주기 위해 우리대학에 왔다”며 “겸임교수 규정상 강의를 진행해야 해서 적절한 과목을 찾던 중 (해당 교수가)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갤러리스트 등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것을 감안해 서양미술사 수업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대학 비전임교원 임용규정에 따르면, 겸임교수는 추천제로 임용된다. 학부·과에서 추천을 받아 총장과 대학인사위원회의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추천서와 경력증명서 등의 서류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범 강의 등 강의력을 실제로 검증하는 절차는 빠져있다. 기획경제행정감사에서 조상호 위원장은 “(겸임교수를) 인사위원회 동의를 거쳐서 총장이 임용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학과의 아시는 교수님 소개로 그냥 추천되는 것”이 아니냐며 채용절차를 지적했다.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전공필수과목까지도 강의할 수 있는 겸임교수의 임용이 이처럼 간소한 것은 연구 실적 심사 및 면접심사과정이 포함된 전임교수 임용절차와는 대조된다. 연구실적 심사에는 대학원생 및 학부생이 참관할 수도 있다. 교수 임용 절차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조각학과 역시 교수 임용절차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을 인정했다. 이윤석 학과장은 “(해당 교수의) 활동 경력만으로 수업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한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학과장으로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시범강의와 같은 확고한 절차가 있었다면 상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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