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의 변

 
서울시립대신문 제60대 부국장 임하은

고등학교 때 윤리 과목을 들었는데, 그때 ‘정명’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논어에서 정치를 시작하면 무엇부터 하겠냐고 제자가 묻자 공자는 “정명”이라고 답합니다. 공자의 정명(正名) 사상은 말 그대로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자는 정명 사상을 통해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신분과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해야함을 강조합니다. 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가 말하는 ‘정명’이라는 개념이 꼭 신분과 역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名)이라는 것은 곧 ‘이름’을 의미하고,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큰 의미에서 정명은 어떠한 실체나 개념에 합당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부당한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정의라고 이름 짓는다면, 이는 정명 사상에 어긋납니다. 다시 말해, 정의로운 행동을 정의라고 제대로 이름 짓는 것이 바로 정명인 것입니다.

이처럼 이름에 맞게 행동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행동과 실체에 적합한 ‘이름’을 주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부여하는 ‘여자다움’이 ‘수동적이면서 아름다운 것’이라면 이것을 일단 실천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과연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다운’ 행동이 진정 ‘여자다운’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여자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도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일단 실천하는 것은 정명의 의미에 부합하지도 않고,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립대신문는 끊임없이 ‘대학신문사다움’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어떤 행동이 ‘대학신문사다운’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흘려들은, 지금까지 습관처럼 행해온 ‘대학신문사다움’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신문사다움’을 찾아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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