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어둠속의 대화>

▲ 전시회장안에 있는 문구, 전시회장 자체도 어두운 느낌이다.
전시에 참여한 관객은 보통 시각을 이용해, 눈으로 예술작품을 관람한다. 그러나 전시 ‘어둠속의 대화’는 여느 전시와 달리 시각을 일절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암실 속에 배치된 여러 장치를 이용해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만 전시 내용을 전달한다. ‘어둠속의 대화’는 한 번에 최대 8명까지 전시장에 입장가능하다. 전시장이 정말 어두워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둠만이 가득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같은 회차에 들어간 사람들끼리 한 팀이 돼 ‘로드마스터’라고 불리는 가이드를 따라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

처음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이 보이는 빛의 세계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답답한 느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눈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로드마스터는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에게 약 5분간의 적응 시간을 준다. 사람들은 로드마스터가 안내해준 벤치에 앉아 쉬면서 점점 어둠에 익숙해진다. 사람들이 약간 진정이 됐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 맨 처음에 체험한 공간은 정글이었다. 시작 지점의 벽을 짚고 벽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다 보면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의 촉감이 느껴진다. 로드마스터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정글이라고 말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자신만의 정글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정글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시각 없이 청각과 촉각으로만 정글을 체험하는 것이다.

정글을 체험하고 나면 로드마스터는 이제 배를 타고 바다에 갈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상상 속의 배를 타고 (실제 배가 아닌,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기구이다.) 바다로 향한다. 항해 중에는 물을 맞기도 하고 실제 배를 탄 것처럼 바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상 속의 배 체험을 마치고 나면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로드마스터는 이곳은 시장이라고 말한다. 시장에서 사람들은 ‘핸드 쇼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손으로 쇼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판대 위에 놓여진 물건들을 촉각, 후각만으로 무엇인지 판단한다. 물론 시각을 이용하지 않기에 물건들을 판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핸드 쇼핑 후 로드마스터는 사람들을 한옥으로 안내해 대청마루라고 소개한 곳에서 쉬게 한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머릿속에는 한옥으로 들어가기 위한 문도, 대청마루도, 거기에 놓여있던 호박도 모두 느껴졌다. 한옥체험까지 마치고 나면 마지막 체험인 카페 체험을 하게 된다. 카페에서는 미각과 후각만을 사용해 관람객에게 주어진 음료가 어떤 음료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각각의 캔 음료를 제공받고 미각만으로 종류를 판단한다. 평소에는 시각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음료인지 분간하기 쉬웠지만 미각만으로는 확실히 어떤 음료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모든 체험을 마치고 나면 다시 빛으로 나간다. 약 80분 만에 맞이하는 빛은 처음에는 눈부셨으나 눈부심보다는 소중함이 더 와 닿았다. 하지만 기쁨 뒤에는 약간의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빛을 누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인도해 준 로드마스터가 바로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실 시각장애인이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면 빛을 볼 수 있었지만 로드마스터들은 계속 어둠속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둠속의 대화라는 전시가 단순한 체험만이 아닌 느껴지는 것이 많았던 전시 같았다.

어둠속의 대화는 눈으로 관람한다는 전시의 일반적인 관념을 깬 도전적인 전시였다. 기자는 그 속에서 단순히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빛의 소중함과 빛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매일 반복되고 똑같은 일상 속에서 우리 주변의 빛은 때때로 시끄럽기까지하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이 전시는 신선한 경험이자 휴식이 될 수 있겠다.

 


신수민 기자 minin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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