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사회사회
“나도… 나도…!” 사회 구조를 깨뜨리는 미투운동
서지원 기자  |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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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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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압된 사회구조를 뚫고 다양한 색의 #MeToo, #Witth You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세상사는 아직 드러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17살 때부터 방송 일을 시작하면서 오디션에 갈 때마다 혹은 현장에서 회식자리에서 당연하듯이 내뱉던 남자, 여자 할 것 없는 ’어른’들의 언어 성폭력들을 들으면서도 무뎌져 온 나 자신을 36살이 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중략) 당신들이 유희하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엄마, 딸, 누나, 동생... 가족입니다. #metoo #withyou”
이상은 우리나라의 한 여성 배우가 SNS에 올린 글로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의 한 사례다. 미투(Me, too)운동은 일종의 사회 고발운동으로 ‘나도( 그러한 일을 겪은 바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를 뒤흔든 미투운동

이러한 미투운동의 불씨는 해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한 여성 배우는 ‘20여년전, 할리우드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이 자신을 초대해놓고서 마사지를 해주겠다, 자신의 샤워하는 모습을 봐달라’고 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이는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영화계뿐만 아니라 경제·정치계 등 주요 인물을 고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이탈리아 여성 배우는 트위터에 ‘성폭력을 겪은 여성들이 ‘나도’를 외친다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이에 동의한 사람들은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답변을 남기기 시작했다. 현재 이 글에는 총 약 9만개의 답변이 달리는 등 사람들의 큰 호응을 사고 있다. 한편, 미국 주요일간지 ‘타임즈’는 주요 인사를 고발한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이라며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2010년에 동료 검사가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 자신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검찰내부의 문제를 폭로하면서부터다. 서 검사는 이후 JTBC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최근에는 진보적 시로 국민에게 이름을 알린 고은 시인이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12월, 잡지 ‘황해문화’에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대목으로 시작하는 시 ‘괴물’을 게재한 바 있다. 이에 트위터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 계정은 지난달 4일, 시의 전문을 실으며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한다’며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 3천번이 넘게 ‘리트윗’된 상태다. 한편, 최근 정치계 인물들도 가해자로 고발되는 일이 여럿 생기면서 미투운동의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미투운동의 성격

현재 우리나라의 미투운동은 피해자가 성폭력 등 여성문제에 대한 고발글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가해자를 지목하는 양상을 띤다. 김지학 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주체성을 가진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는 것이 미투운동의 가장 큰 힘의 원천”이라며 미투운동의 특징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괴로움 속에 있어야 했던 (피해자들은) 보통 기억을 꺼내고 공유하기보다는 그 기억을 없애려고 했다”며 “이는 피해자 개인에게도 사회 변화의 측면에서도 긍정적 작용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피해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주변의 폭로를 통해 폭로 행위에 대한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투운동은 피해자와 사회 모두에 치유의 물결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여성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미러링’을 겪은 바 있다. 미러링은 마치 거울처럼 ‘남의 발언·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특히 여성과 관련된 통념·기조의 주어를 남성으로만 바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사람들은 이 이상함을 느끼는 데서 사회 속의 불평등한 요소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미러링 운동은 여러 한계점을 보였다. 김 소장은 “미러링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를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게도)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며 이 운동이 모두에게 닿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미러링은 화자가 익명 속에 숨어서 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이는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정말 저 사람이 (미러링을 예로 들며) 하는 이야기가 진짜일까?’, ‘저렇게 느끼는 사람이 소수인 건 아닐까’ 등의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는 제3자,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도 피해를 입은 바가 있고 그것을 함께 말해주는 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의 한계로 ‘다수의 피해자’의 존재와 말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러링만으로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투운동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미투운동은 왜 지금에서야 일어나고 있는 걸까. 김 소장은 이를 “지금까지 행동해온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권력세력으로부터 조롱·협박받는 가운데서도 계속된 페미니즘 운동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나만 부당한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구나’ 등의 생각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투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투운동의 활성화를 막는 ‘명예훼손죄’가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큰 장벽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폭로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미투운동이 활성화되자 ‘위드유’ 운동도 생겨났다. 이는 ‘너와 함께( 뜻을 같이 하겠다)’라는 뜻으로, ‘미투운동 참여자가 말하는 부조리를 나도 함께 느끼고 있으며 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운동은 오프라인으로도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3일 서울 신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유발언대회를 열었으며, 지난 25일에는 연극애호가들이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연극뮤지컬관객 위드유’ 집회를 자발적으로 열기도 했다.

미투운동 어디로 가야하나

미투운동이 그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직·간접적인 참여자가 필요하다. 자신이 ‘미투’나 ‘위드유’를 외치지 못하더라도 미투운동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미투운동의 간접적 참여자가 될 수 있다. 김 소장은 “미투운동이 오직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악마화하고 비난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한다”며 “이를 계기로 삼아 자기 자신과 사회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운동이 단발성 고발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사회의 불평등 요소를 돌아보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투운동이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소위 ‘갑질’ 등 여러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 소장은 미투운동이 다루는 주제가 넓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미투운동의 범위가 충분히 확장될 수 있고, 확장되어야 한다”면서 “모든 차별과 폭력에 권력과 억압의 문제가 중심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미투운동이) 다른 이슈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며 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오롯이 개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닌, 공교육이 먼저 협력을 통한 공존, 모든 사람이 포함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가르치는 곳을 제공해야 한다”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 노력과 함께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삽화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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