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총학생회의 소속이었던 한 학생이 몇 달 전 다른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고발 글을 올렸다. 술 취한 상태의 남자 학우가 모텔로 가자고 요구해 수치스러움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대학에서는 주로 ‘서울시립대광장’이나 ‘에브리타임’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합리한 문제가 고발된다. 고발이 되는 대상은 학생자치 단체의 임원이나 부조리가 일어나는 집단인 경우가 많다. 다른 학생의 공조와 함께 공론화가 이뤄지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징계가 내려진다.

피해자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상황을 방치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곧 가해자와 학생회의 입장성명이 발표됐고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미숙한 대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문과 함께 자진사퇴했다. 이렇게 상황이 일단락되는가 싶었으나 광장의 익명게시판에 총학생회장의 과거 폭력적 언행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총학에 대한 비판은 곧 그가 속했던 단체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악습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고 곧 폭행과 성희롱으로 이름 붙여지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관계가 없는 일이었지만 일부 과의 일부 집단에서 일으킨 문제는 버젓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 학과 내의 A소모임은 과거 총학생회장이 속했던 집단이었다. A소모임은 여타 운동 소모임이 그렇듯 선배와 후배간의 관계가 끈끈해 다양한 학번의 학우가 활동하며 졸업한 선배도 많이 참석하곤 했다. 문제는 그곳의 모든 구성원이 웃을 수만은 없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장이 사과문을 올린 직후 광장의 익명게시판엔 총학생회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한 게시자는 ‘술자리에서 갑자기 뒤통수를 맞았는데 때린 사람이 당시 학과 회장을 맡고 있던 총학생회장이었다’ 고 말했고 한 제보자는 “고학번 선배들이 당시 신입생이던 자신에게 폭언과 욕설 등을 자행했다”고 진술했다. 제보자들은 당시 부조리가 몇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A소모임 전체에 퍼져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 학내 부조리 관련 문서들

학내 부조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부조리가 같은 양상으로 계속해서 되풀이되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 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선 학생들 스스로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총학생회장은 이 같은 게시글에 대해 ‘과거 자신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피해 입은 학우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게시하는 한편 ‘자신이 속했던 학과와 그룹에 대한 비난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이 A소모임 출신의 04학번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게시글에서 ‘A소모임 내에서 언어적, 신체적 폭력 및 술자리 강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의 A소모임은 우리가 했던 잘못된 문화들을 인정했고 선배들이 악습을 없애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같은 학과 B소모임에서의 성희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에 B소모임에서 매니저를 맡고있는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이상형 월드컵을 했다는 증거사진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화장지우기나 외모 품평 등 매니저들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았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제보자가 B소모임의 회장과 연락한 바에 따르면 B소모임에서 이상형 월드컵이나 화장지우기 등의 성희롱 문제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B과거에 집단 내부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한 익명의 제보자는 “학과의 많은 학생들, 특히 여학우들은 대부분 이 A소모임과 B소모임에 가입한다. 이후 피해를 본 학생들은 나가고 남은 학생들이 악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으나 학교 기구들이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서울시 응답소를 통해 과에 해결을 요청했고 학과장과 면담하고 총장에게 건의하는 등 다양한 통로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진척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해자들이 이미 학교를 떠났고 이것이 수 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현재까지 A소모임이나 B소모임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를 밝히는 덴 공론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2014년 토목공학과의 군기잡기와 욕설 등에 대한 고발이 있었다. 이에 각종 커뮤니티 사이에서 토목과의 부조리가 알려지고 중앙일보 등 유력 일간지들도 나서서 보도했다. 가해자들은 학교 차원에서 징계를 받았고 이로 인해 토목공학과의 악습이 타파될 수 있었다. 이는 악습을 타파할 때 공론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학교는 올해 창설 100주년을 맞이했고 지금까지 많은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 덕분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수 많은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100년에는 이 같은 부조리들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윤유상 수습기자 yys61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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