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 카페> 체험기

 
세상에는 한심한 일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머리 쓰기, 돈 내고 방에 갇히기 등이 있다. 모두 방탈출 카페를 이르는 말이다. 3월 1일, 연극을 보고 기사를 쓰기 위해 대학로로 향했다. 대학로를 걷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티켓 창구가 모두 닫혀있었다. 3월 1일 공휴일에는 연극배우들도 쉬어야 하거늘! 그렇게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방탈출 카페가 눈에 띄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갑자기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 방탈출 카페에 들어가니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벽을 가리키며 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벽에는 10여개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맨 오른쪽에는 영화 킹스맨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직원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어려운 단계라고 말해줬다. 초보자들은 주로 어떤 방을 고르냐고 묻자 “맨 왼쪽 두 개 중에 하나 정도 선택하시면 좋아요”라고 말했다.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는데, 딱히 끌리는 포스터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에 이끌렸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그 포스터는 벽 가운데쯤 걸려있었다. 중간 정도 단계였다. 내가 오페라의 유령 방을 선택하자 직원은 썩 내키지는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에 입장하기 전에 짐을 맡겨야했다. 핸드폰과 카메라, 필기도구는 반입금지 항목이었다. 수수께끼가 새어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방 복도로 가는 벽에 붙으라고 말했다. 방 벽에 붙어 서자 안대를 건네받았다. 안대를 쓰고 따라오라고 했다. 내 친구는 직원의 손을 잡았고, 나는 친구의 어깨를 잡은 채,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곧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문이 닫혔다.

직원은 이제 안대를 벗으라고 했다. 방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텅 비어 있었다. 먼저 작은 상자를 열어야한다고 직원이 말했다. 작은 상자에는 작은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거기에는 어떤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3번까지 전화 찬스를 사용하실 수 있어요. 처음 하시는 거니까 바로바로 전화하세요. 웬만한 문제는 5분 안에 안 풀리면 3번 넘더라도 전화하시는 게 더 재미있을 거예요” 설명을 마친 직원은 방을 잠그고 나갔다.

막막하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친구는 일단 주변을 샅샅히 수색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벽에는 액자 두 개, 서랍엔 자물쇠가 4개, 선반 위에는 모자와 책이 놓여있었다. 또 곳곳에 단서로 보이는 종이들이 보였다. 첫 번째 상자를 여는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다. 긴 시간을 풀고도 감이 오지 않아서 결국 직원에게 전화찬스를 사용했다. 방 내부의 전화기로 1번 트릭의 해결 방법을 묻자, 직원은 무미건조하게 트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방의 트릭을 외우고 있어야 하는 극한 알바라니.

1번 트릭을 풀고나자 감이 잡혔다. 방탈출 카페는 2인, 3인, 4인 요금이 모두 다르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 똑똑한 셜록 홈즈가 굳이 왓슨 박사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막막한 자물쇠 앞에서 토론이 이어졌다.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자물쇠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풀 수 없는 문제는 친구가 풀었고, 친구가 어려워하는 문제는 내가 풀었다.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번호 키 숫자를 맞추라는 문제가 나왔다. 마지막 문제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긴장된 순간, 띠띠띠띠띠. 방문이 열렸다! 첫 번째 방으로 돌아가서 타이머를 확인해 보았다. 시간은 아직 6분이나 남아있었다. 다시 만난 반가운 직원은 방을 탈출하신 분들은 사진을 찍어서 인화해드리고 있다며, 마음에 드는 소품이 있다면 가지고 나와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했다. 이런 짜릿함을 위해서 돈을 내고 방에 갇히는 거였구나. 친구와 나는 가장 어려웠던 트릭을 어떻게 풀었는지 이야기하며, 우리의 똑똑함에 감탄했다.

인증 사진이 인쇄되고 사진 아래 ‘성공!’같은 말을 쓰고 있는데, 새로운 손님 몇명이 들어왔다. 직원은 나와 내 친구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오른쪽이 가장 어렵고 처음하시는 분들은 맨 처음 단계를 주로 하신다. 성공 경험자로서 설명을 듣는 초보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직원분의 말에 한 줄이 더 추가된 것을 눈치챘다. "중간 단계에서도 종종 탈출하시는 분들이 있긴 해요" 그게 나야!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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