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을 시작한 9년차 무렵인 1999년 교육부를 출입처로 맡은 적이 있다. 교육부를 새로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입시철이 시작됐다. 갑자기 기자실에는 당대를 풍미했던 유명 입시 전문가인 대성학원 L, 종로학원 K, 중앙교육진흥연구소 K씨 등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입시 기사를 쓰면서 이들의 분석이 필요한 기자들과 학원의 이름을 알려야 하는 입시 전문가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발걸음이 분주한 분들이 있었다. 바로 대학 홍보실이었다. 당시 광화문청사에 있던 교육부 기자실에는 동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서울시내 대학 홍보실 담당자들이 툭하면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대학 홍보실 입장에서는 입시 기사에 서울 주요 대학을 언급할 때 자기 대학 이름이 들어가느냐 마느냐, 어떤 순서로 들어가느냐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주요 대학으로 넣을 수 있는 표나 그림, 기사에 한계가 있다 보니 각 대학 홍보 담당자들은 교육부 기자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배짱대학도 있었다.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다. 이들 대학은 주요대학에서 이름이 빠질 일이 없어 그런지 2년간 출입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문제는 모교인 서울시립대였다. 수능성적이 서울대만큼 높은 것도 아니고, 홍보담당자가 기자실을 찾지도 않는데다, 홍보 광고도 내지 않고, 학교 출신 기자도 거의 없다보니 교육부를 출입하던 기자들은 서울시립대를 기사에서 빼기 일쑤였다.
 
18년 전 교육부 출입기자 시절 입시철이면 학교를 기사에 넣으려고 꽤나 속앓이를 했던 것에 비하면 현재 서울시립대의 위상은 많이 높아졌다. 최근 9월 입시철이 되면서 쏟아지고 있는 기사에 서울시립대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래도 반값등록금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서울시립대의 진면목이 드러난데다 서남대 인수 추진 과정에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것도 학교 이름을 알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공공의료 확립 차원의 도시보건대학원 설립, 국사학-도시역사경관학, 국제관계학-빅데이터분석학과 같은 융합전공 개설 등 학교 당국의 다양한 노력도 사회에 긍정적으로 비춰졌다는 생각이다. 

올해로 우리 대학은 개교 백주년을 맞았다. 개교 백주년을 맞아 서울시립대인에게 한가지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흔히 서울시립대 출신하면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리더(leader)로 적합하냐는 질문에는 썩 좋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리더보다는 참모 역할에 충실했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리더와 참모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리더와 참모가 만든 공은 대부분 리더에게 돌아가는 게 세상의 이치이자 역사의 순리다. 리더와 참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도전정신이다. 서울시립대인들이 앞으로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이상도(법학 85, 평화방송 선임기자, 보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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