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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속 울려퍼진 ‘미투’
서지원 기자  |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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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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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광화문에서 함성이 울려퍼졌다.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34회 한국여성대회의 주제는 최근 사회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미투운동이었다.

광화문 광장 양 옆으로 설치된 다양한 부스들 사이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세종대왕 상 앞을 가득 메웠다. 오늘은 발언자들이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성차별·폭력에 대한 말하기 대회가 예정돼있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MeToo’나 ‘WithYou’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있었다. 이윽고 발언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사연은 직장, 가정 등 일상에서 겪은 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연은 하나하나 애잔했다. 대중들도 이에 공감하는지 발언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WithYou’가 휘날렸다. 슬픈, 하지만 지지자들이 있어 당당한 이야기들이 한 시간도 넘게 계속됐다.

   
▲ 거리행진 대열에서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 등 다양한 구호가 울려퍼졌다. 길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행진을 구경하기도 했다.
저멀리 선발대가 징과 꽹과리를 치며 종로로 출발하자 모두들 ‘우리가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이 시작됐다. 문득 지난 촛불혁명이 떠올랐다. 당시 국민들은 ‘자신이 한때 믿었던’ 대통령의 다른 면모를 보며 암울하고 참담한 현실을 맛봐야했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이내 현실을 직시했었다. 국민들은 하나둘씩 광화문으로 모였고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모이자 각자의 손에 들린 작은 촛불은, 하나의 커다란 횃불을 이뤘다.

저들도 같았다. 저들은 직접 성폭력을 당했거나, 미투운동을 통해 우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더 많은 목소리를 직접 사람들에게 들려줘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같이 한데 모였다. 하지만 저들은 분명 우울한 현실을 겪고 있음에도 하나같이 얼굴이 어둡다기보다는 희망과 용기로 가득차 있었다. 그때처럼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믿음 덕분인 것일까. 징과 꽹과리 소리 속에서 구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뒤늦게 참여한 사람들로 대열은 점점 길어져 갔다.

   
▲ 말하기대회에서 발언자의 발언이 끝나면 대중은 ‘위드유’가 적힌 종이를 흔들며 호응해줬다.
행진대열에 녹아든 지 얼마되지 않아 말하기대회 발언자 중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사실 미투운동이 벌어지기 전에도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하는 시도는 있어왔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는 서로의 목소리가 작아 자기 자신만이 피해자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투운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하도 뿌리 깊어 미투가 한번 공론화 된것으로 마음 놓긴 어렵다”고 전했다.

행진대열엔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었다. 여성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듯 ‘성차별 OUT’을 들고 다니는 남자들의 모습도 보였고, 휠체어를 탄 채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도, 여성차별 문제와 함께 다양한 성 문제가 해결돼야한다고 말하듯, 젠더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는 사람도 있었다.

   
▲ 광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부스가 설치됐다. 그 중 한 부스는 사람들이 포스트잇으로 자유롭게 미투, 위드유를 외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외국인들도 여럿 보였다. 한 일본인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소개하며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시아에는 서양보다도 여성억압이 심하게, 오랫동안 이뤄져왔다”며 “그렇기에 한국에서 이렇게 미투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이라고 말했다.

거리를 행진하면서 우리를 지켜보는 다양한 눈빛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번 눈길을 주고는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 뭔가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옆사람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 자신도 행렬에 끼고 싶은 듯 응원하는 눈빛을 보이는 사람… 이 모든 모습이 미투운동, 여성운동에 대한 국민들 각자의 마음가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는 미투운동에 무관심을, 걱정을, 지지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중 한 시민은 “이제 시작이다”라며 짧지만 부정할 수 없는 말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안국역에서 종각역까지, 다시 광화문으로… 거리행진이 끝나고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올 무렵 이른 봄비가 갑자기,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봄비를 맞았다. 오늘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미투’도, ‘위드유’도 봄비처럼 저 사람들에게 닿았을까. 하지만 이른 봄비와는 달리, 분명 인권문제에 있어 이른 해결은 없다고 생각하며 버스에 올랐다.


글·사진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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