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프로그래밍하겠다”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의 표어이다. 프로그래밍 능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요즘,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3년에 설립된 이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멋쟁이사자처럼 서울시립대 대표 최희재 학우(수학과 13)를 만나봤다.

멋쟁이 사자처럼을 소개해주세요
간단히 말하면 코딩을 모르는 비전공자 대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해 자신만의 쇼핑몰, 블로그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동아리다. 멋쟁이 사자처럼 중앙 단체 밑에 각 대학이 소속돼있어 우리대학 외에도 100여개의 대학이 있다.

서울시립대 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
멋쟁이 사자처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는데, 아마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단체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그때는 서울대학교 내부에만 단체가 있어서 참여할 수 없었다. 우리대학에 단체가 생긴 이후에는 군 문제와 같은 개인 사정으로 지연됐다가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걸 하나도 몰랐다. 코딩을 해본 적도 없고 아예 경험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1년 사이에 이 분야에서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래서 활동을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잘 공유해 주고 싶었다. 대표라는 자리가 이러한 경험들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공유해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 자처해서 대표를 맡게 됐다.

멋쟁이 사자처럼의 회원이 되면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정기적으로 1주일에 두 번, 세 시간씩 모인다. 추가적으로 팀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스터디도 계획 중인데 그건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보통 운영진, 교육팀에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중앙단체에서는 이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인터넷강의를 제공하고, 과제나 프로젝트를 우리만의 플랫폼에 올려 학생들이 따라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모르는 게 있으면 직접적으로 우리 운영진, 교육팀과 오프라인으로 대면해서 배우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른 학교와 무언가를 기획하고 교류하는 활동을 많이 한다.

지금까지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웹페이지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과정이 되게 재밌다. 예를 들어 웹페이지를 하나 만들려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팀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다. 여러 명이 모여서 한 명은 디자인, 한 명은 서버 개발 이런 식으로 맡아서 서로 협력을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밌다. 물론 부딪히는 것도 많고, 조절해야 할 부분도 많아서 개발보다는 사람 대 사람의 문제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해결돼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뜻깊은 경험이다. 나 같은 경우는 작년에 성신여대, 이화여대, 동국대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서 1년마다 하는 멋쟁이 사자처럼 정기 행사에 참여했다. 정기 행사는 엄청나게 큰 공간에서 거의 8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 무박 2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만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갔는데, 그런 과정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소개한다면
우리가 만들려고 했던 ‘데일리 퀘스트’라는 웹페이지 서비스가 있다. 하루에 한 번씩 회원들에게 퀘스트를 주는 서비스인데 그 퀘스트는 사용자가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다. ‘밖에 나가 15분간 산책하기’, ‘부모님께 전화드리기’와 같은 퀘스트가 기억난다. 부모님께 전화드리기 같은 경우, 통화목록을 캡쳐해서 인증을 하면 포인트를 준다. 수익모델로서 포인트를 기프티콘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 만들었는데 결론적으로 실용화되지는 않았다. 사업자 법인을 내고 실질적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난스럽게 시작한 아이디어에서 결과물을 완성하는, 무척 재밌는 경험이었다.

다른 결과물로는 최근에 2018년 운영진끼리 만든 멋쟁이 사자처럼 자체 소개 페이지가 있다. 신입부원을 뽑은 후 전체 대학 회원 수백명이 모여서 함께 오티를 한다. 이번 오티 장소가 우리대학 대강당이라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청량리역을 내릴 때면 ‘서울시립대 입구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온다. 잘 모르는 학생들은 거기가 진짜 시립대 입구인줄 안다. 하지만 내리고 보면 학교는 되게 멀리 있다. 이걸 막고자 회기역, 청량리역 같은 자신의 위치에서 대강당까지 올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 페이지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오티 시간이 2시부터 5시다. 점심시간, 저녁시간과 가까워서 여기 와서 밥 먹을 타 대학 학생들을 위해 페이지 내에 ‘시립대 미슐랭’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었다. 이곳에 맛집을 정리해 타 대학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멋쟁이 사자처럼 페북 페이지에만 올라가있고, 실질적으로 3월 중순부터 확실하게 마케팅 할 생각이다. 이 콘텐츠는 신입생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멋쟁이 사자처럼 운영에 힘든 점은
우리가 학술동아리이기 때문에 운영에 교육이 들어간다. 교육에서 힘든 점을 뽑자면, 교육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동아리이기 때문에 학원처럼 공부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동아리원들끼리 친해지고 같이 놀러가기도 하면서 공부 외의 것들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왔는데 왜 이 사람들은 매일 술만 먹고 공부는 안하지?’ 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과 네트워크 형성의 중간점을 맞추기가 힘든 것 같고, 그에 대한 고민을 운영진과 계속 하고 있다.

코딩을 어려워하는 비전공자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하면 돼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프로그래밍은 내가 생각해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하지만 그걸 넘는 순간 되게 쉽다고 느낄 수가 있다. 나도 그랬다. 막상 해보니까 ‘별 거 아니네, 나도 할 수 있었네’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많이 힘들 거다. 컴퓨터 언어라는 게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라서 외워야 될 게 많고 논리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이런 힘든 시간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뻥 뚫릴 타이밍이 있을 거다. 그때부터는 빨리빨리 배울 수 있고 재밌게 달릴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대표로서 포부가 있다면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학술동아리인데 교류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내가 대표로 있을 때는 회원들이 공부만 하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게 그저 놀러다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사업이고, 그걸 기르려면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 그건 백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딩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게다가 프로젝트라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면 개발이라는 능력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더 메리트가 있다. 따라서 회원들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의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이번 1년 동안 그런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정리·사진_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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