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시립대 교직원입니다. 우선 익명으로 이런 방식으로 밖에 고충을 토로하는 방법(수단)이 없다는 것과 이런 내용을 쓴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번거로움, 그리고 비애를 느낍니다.’

이상은 우리대학은 민원 제기 창구, ‘총장에게 바란다(이하 바란다)’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우리대학은 바란다를 통해 학사·시설·정책 등에 대한 학생을 비롯한 학내구성원의 목소리를 받고 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우리대학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내용을 작성하고 게시물의 공개여부를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현재 모든 민원에 대해 수일 내로 답변이 작성되며 그 내용은 ‘원윤희 총장입니다’로 시작한다. 바란다에는 한달에 약 10건 정도의 글이 올라온다.

▲ 총장에게 바란다에는 크고 작은 여러 민원들이 올라온다. 총무과 이원배 주무관은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총장이 민원 내용을 보고 받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란다 중 어느 만큼이 총장에게 닿는지는 미지수다. 이는 바란다에서 제기된 민원이 총장 비서실도 아닌, 총무과로 향하기 때문이다. 총무과에서 접수한 민원은 민원 내용과 관련된 직원에게 발송되며 해당 직원이 답변을 작성한다. 작성된 답변은 해당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 최종적으로 게재된다. 총무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민원 특성 상 해당 학부·과 조교가 (민원처리 담당자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요하고 복잡한 사안은 여러 부처에서 (종합적으로) 처리되며 당연히 총장에게 보고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실 바란다에 제기되는 모든 민원이 총장에게 닿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총무과 관계자는 “민원들 중에서는 시설·수업 개선 요청 등이 상당수이며 바로바로 시정이 가능한, 사소한 민원들이 반복되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하지만 모든 바란다에 대해 빠르게 담당자를 배정해 민원처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란다가 총장에게 닿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민원처리 과정 자체에 허점이 드러나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이다. 민원처리 담당자로서 답변을 작성했던 한 학부·과 조교는 “한 학생이, 학생들에 대한 내 태도와 관련해 바란다에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민원처리 담당자가 나 자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민원 내용에) 민원 제기자인 학생의 이름까지 노출돼있었다”며 “(바란다 작성 요령인) 메뉴얼에 따라 시정하겠다는 내용을 작성하긴 했지만 뭔가 찜찜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지난해 바란다 관련 기사에서, ‘(업무처리와 관련해 불가피하지 않다면) 민원창구 관리자가 담당자를 배정할 때 개인정보를 익명처리 해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바란다의 답변에 담당자가 명시되지 않아 진정성 있고 효율적인 민원처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건축학부 강영덕 조교회장은 “(우리대학 외부의) 많은 민원창구에서는 민원에 대한 답변을 작성할 때 담당자를 명시한다”며 “우리대학도 굳이 ‘총장에게 바란다’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방식으로 (공식적인) 민원창구를 운영하면 답변 및 민원처리가 더 투명하고 진정성 있을 것이다. (민원 제기자가) 답변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담당자에게 직접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바란다에 공개 게재된 답변들은 글의 양식이 제각각이어서 민원이 총장에게 닿지 못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해당 담당자가 미상이다.

 
한편, 바란다에는 민원처리 답변·과정에 대한 평가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총무과 관계자는 “현재 바란다에는 (민원제기자가 이용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 없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산정보원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행한 ‘고객만족도 조사제도의 실효성 분석’은 ‘만족도 조사( 도입으)로 인해 (민원담당 공무원의) 민원업무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며 ‘업무수행태도와 인식, 관련 행정제도 또한 매우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대학 바란다도 마찬가지로, 효율적 민원처리를 위해 민원처리·제기자가 계속해서 관심을 쏟아야한다. 이를 위해선 답변 자체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원이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평가제 도입도 필요하다.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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