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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영어에 지쳤다면…
서지원 기자  |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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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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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교과서, 영어 시험, 영어 전공책… 영어가 주는 고통 속에서 인생의 반을 꾹꾹 참으며 살아온 일부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며 영어에서 ‘탈출’할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이내, 그 꿈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공 특성상 1학년 때부터 영어로 된 전공책을 보고, 심지어 영어로 된 강의를 듣기도 한다. 책에 쓰인 알파벳 하나하나는 이들에게 마치 ‘눈에 꼽히는 가시’ 같다.

하지만 영어도 분명,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만큼, 누군가는 영어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시를 썼을 터다. ‘영시입문’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시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책은 시와 함께 입문자가 알아두면 좋을 역사·문학적 배경을 함께 말해주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는 기분으로 정독해도,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시 읽기에 도전해 봐도 좋다.

하지만 막상 시를 읽다보면 심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교과서나 전공책에서 봐 온 영어 문장들과는 달리, 문장 성분의 존재나 위치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침착하자. 그저 영시를 즐기게 될 수 있기 위한 관문일 뿐이다. 다행히도 책은 소개된 시의 한국어 번역을 함께 제시한다. 원문과 번역을 번갈아보며 한 구절씩 시를 읽어나가면, 작가들이 시적 효과를 위해 문장을 어떻게 변형했는지 금세 알 수 있게 된다. 또, 시의 특성상 그 길이가 짧기 때문에 사전을 뒤적이는 것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를 다 읽기 전에 단어 하나하나를 사전에서 찾아보지는 말자. 일단 되는대로 시를 읽어보고, 오묘한 단어 배치가 주는 운율을 느껴보자. 또, 모르는 단어의 뜻을 추측해보는 것도 타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시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 영어로 된 전공책에서 봤던 딱딱한 단어들이, 세상의 모습과 사람의 감정을 그려나갈 때는 얼마나 보들보들한 모습을 띨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와는 정말 다른 문화를 가진다고 생각했던,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여기 책애 소개된 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9세기 활동한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She Walks in Beauty’다. ‘She walks in beauty, like the night / Of cloudless climes and starry skies; / And all that’s best of dark and bright / Meet in her aspect and her eyes‘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시는 중·고등학생시절 단어장에 있었을 법한, 많은 대학생들에게는 익숙할 단어로만 쓰여 있다. 하지만 단어장에서 갇혀있었던 단어들은 시 속에서 편히 숨을 쉰다. 시 속 어구인 ’cloudless climes’, ‘starry skies’, ‘her aspect and her eyes’를 천천히 발음해보자. 새삼스레 영어도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시를 읽어가는 사이, 어느새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는 한가한 주말의 오후, 느긋하게 영어 소설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시를 읽을 때 보다야 사전을 뒤적일 일이 많겠지만, 마찬가지로 영어의 아름다움을 알고 세상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말이 아닌 언어로 쓰인 책을 다 완주하고 났을 때의 성취감 또한, 영어 문학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정말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단, 책에 침으로 지도를 그리고 싶지 않다면, 절대 두꺼운 책을 손에 들지는 말 것.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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