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부조리 의혹 제보자 인터뷰>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라타임에는 ‘린치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동아리 사람들에게 성희롱 가해자로 몰린 자신이, 다수의 협박 등을 통해 부당하게 동아리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이었고 이후 대자보 형식으로 학내 곳곳에 퍼졌다. 본지는 지난 18일, 해당 공론화를 시도했다는 정현남(가명)씨와 연락이 닿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 씨의 글에 따르면, 지난 12월 동아리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정 씨는 누군가가 자신을 깨우자 일어나게 됐다. 그런데 자신을 깨운 10명의 부원들이 정 씨의 기억에도 없는 성희롱 사건을 가지고 정 씨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정 씨가 상황설명을 요구하자 부원들은 피해자 보호를 명목으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사과를 요구했다. 그 중 한 명은 당시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던 정 씨에게 “학교에서 징계 받으면 교환학생 못 가는 거 알지?”라며 무조건적인 사과를 강요하고 동아리 탈퇴를 요구했다. 결국, 정 씨는 동아리 카카오톡 단체방에 사과문을 게시했고 제명당했다.

정 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한마디로 마녀사냥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동아리 내부에) 나를 좋지 않게 보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모여 (나에 대해) 험담을 하다보니 사소한 일도 과장되고, (충분히) 여론이 형성됐다고 느끼자 해당 사건을 터뜨린 것이라 짐작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린치에 동조한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엉성한 정의감을 가졌던 것 같다”며 해당 사건 가해자라고 지목되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참담한 심정이었다”라며 정 씨는 당시 심경을 전했다. 한 번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그것을 지우기 어렵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정 씨는 몇몇 학우들이 상황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줘 버틸 수 있었다. 정 씨는 “공론화 등 이런저런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도 참담한 심정임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기자가 공론화의 계기에 대해 묻자, 정 씨는 “협박 가해자가 학생인권위 소속 부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 계기가 됐다”며 “부담스러웠지만, 꼭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 페이스북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에브리타임에 게시글 게재, 학내 대자보를 통해 공론화를 시도했다. 현재에도 에브리타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글에서 정 씨는 ‘우리나라는 증거재판주의를 표방함에도 불구, (해당 사건은) 물증과 자백도 없이 범죄가 결정되는 전근대적 판결과 다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정 씨는 공론화 직전에 먼저 학생과에 연락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학생과에 관련자료를 제출하며 (해당 학생에 대해) 학생징계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과는 아직 정 씨에게 아무 연락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학생인권위원회 등 다른 대학기구에는 일절 제보를 하지 않았다.

정 씨는 경찰 신고를 통해 해당 사건을 입건시키기도 했다. 그는 “고소인은 본인이며 피고소인은 린치 주동자들”이라며 “적용할 법이 없어 린치 가담자 전원을 고소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리 구비한 녹취록, 탄원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고 입건은 빠르게 처리됐다. 그는 “사정을 아는 몇몇 학우들 또한 탄원서를 작성해주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현재 그가 에브라타임에 올린 글에서는 ‘평소에 행실이 어땠길래’, ‘성희롱 가해자한테 감정이입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이냐’와 같은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정 씨는 “이런 사건에 대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예상이 너무 잘 들어맞았다”며 “(서울시립대) 광장, 대나무숲 등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모두 사용했으나 다른 사건들과 달리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씨는 “용납해서는 안 될 사적제재가 공론화의 주제임에도 ‘평소 행실’을 따지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그렇지만 사건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나를 격려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정 씨는 에브리타임에 올린 같은 글에, 경찰에 제출한 탄원서의 일부를 덧붙였다. 자신에 대해 제기된 성희롱 의혹에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이는 ‘사퇴한 동아리 회장을 통해, 회장과 성희롱 피해주장자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것을) 보고서도 그러한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해주장자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의심까지 간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해당 글은 ‘피해주장자와는 협박 사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는 관계였다’고 말한다.

향후 전망에 대해 정 씨는, “(현재는) 합의를 시도하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유죄판결이 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동아리는 하루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며 “그 외에는 단지, 법·절차·무죄추정 등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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