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인가 실수인가, 세무 부조리

지난 15일 학생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공청회에서 세무학과 부조리 의혹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다. 석명환 전 인권위원장(이하 위원장)은 자신이 위원장직을 수행했던 인권위의 첫 회의에서 세무학과 부조리 사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는 사라사(가명) 씨가 참석해 세무 유나이티드(이하 세유)와 세무 칼큘레이터즈(이하 세칼)에 대한 의혹과 그에 따른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그리고 인권위는 세유와 세칼의 소모임장에게 카페 접근 권한을 요청했다. 세칼의 소모임장은 이에 동의했고 2명의 인권위원에 의해 카페 전수조사가 진행됐지만 세유는 권한 요청를 거부한 상태다.

조사를 진행한 두 명의 인권위원은 석 전 위원장에게 세칼 카페 내에 이상형 월드컵 게시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했으며 ‘세칼 내 인권침해 사실 발견된 바 없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사라사 씨가 세칼 소모임장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세칼 게시판에는 여전히 이상형 월드컵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다’는 진술과 함께 해당 게시물 캡쳐를 확보함으로써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인권위는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세칼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했다. 재조사 결과, 위원회는 세칼 카페 내 이상형 월드컵 게시물을 찾을 수 있었다. 조사를 진행했던 두 명의 인권위원의 직무가 정지됐고, 석 전 위원장은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사라사 씨는 “해당 게시물은 (카페 접근 권한 없이) 손님 자격으로 들어가 ‘월드컵’이라고 검색만 해도 볼 수 있었다”면서 “두 명이 조사했는데 찾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조사를 진행했던 인권위원은 “조사 외압은 없었고, 미흡하게 조사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석 전 위원장은 “‘조사가 미흡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뿐이라는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당시 카페 접근 권한 제공을 거부한 세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남정운 인권위원은 인권위가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 수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라사 등을 비롯한 사건 관련 증거 제출자가 있었으나 피해 당사자의 제보 없이 자의적으로 조사를 강행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1·2대 인권위에 제보를 진행했던 경제학과 배지안 씨는 “현재 세칙만으로도 충분히 조사가 가능하지 않냐”며 “(세무 부조리와 같은) 관습적인 부분까지도 사건으로 명명을 하고, 제보를 해야만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배지안 씨는 “(제보자가 없을 경우) 인권위가 ‘이런 문화는 개선돼야 하는 것이 맞다’와 같은 논평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남정운 인권위원은 “(제보자 없이 조사에 착수한다면) 세무학과라는 집단 자체에 대한 일반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여론이 ‘세무학과가 역시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일반화해서 비난하는 의견이 많다”며 “자신이 피해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비난을 받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진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석 전 위원장 역시 “사실 확인의 이익과 사생활 보호의 이익이 상충하는 사안”이라며 “어떤 쪽의 공익성이 더 큰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제보자 없이 세무학과 부조리를 직권조사했을 시 얻는 사실 확인의 공익’보다 ‘잠정적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서 얻어지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유진 인권위원장은 “이런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하 위원장은 한 명의 가해자가 아닌 사회의 개선되지 않은 문화와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를 사건이라 명명하지 않는 것이 문제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칙에 따르면, 인권위는 징계요구안을 대의원회에 결의 요청하며, 대의원회는 의결된 징계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한다. 하 위원장은 ‘가해자가 명명되는 사건’만이 징계요구서 작성이 가능하다며 “인권위가 독립기구가 될 때 학교와 더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칙과 회칙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의 캠페인과 강연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주 인권위원 역시 “6명의 인권위원이 모든 학우들을 위한 인권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조사 체계에 대해 논의할 시간도 빠듯하다”며 “학내 부조리 사건들을 전반적으로 문화 사업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제 1원칙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공청회에 참석한 세무학과 회장은 “세칼은 (작년 종강총회에서) 이상형 월드컵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들었다”며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세유의 내부 대응에 대한 질문에는 “세유는 현재 정상 활동 중이며 졸업생의 사과문을 광장에 게시했고 재학생의 사과문을 게시하려 했으나, 교수협의회에서 이야기가 이뤄지고 있어 사실을 알게된 후 보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라사 씨는 “세유 측에서 사과문 게시를 거부했고, 해당 사과문은 (졸업생의) 개인 자격으로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하자 한 인권위원은 세무학과의 고학번 학생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해당 학생이 세유 소속인지는 모르나, 전인권위원에게 법률적인 용어를 언급하며 고소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해당 인권위원은 “정말 사과할 마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고학번들에게라도 다시 사과문을 받아야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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