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디버드>

▲ 영화 ‘레이디버드’의 한 장면. 크리스틴과 그녀의 어머니는 많은 갈등을 겪지만 서로를 가장 아낀다.
‘레이디버드’는 현실에 불만이 많은 17세 소녀 크리스틴이 스스로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그녀는 실직한 아버지와 항상 혼을 내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신의 가난한 환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었던 크리스틴은 자신의 이름을 거부하고, 예명을 직접 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그렇게 불러주기를 요구한다. 또한 그녀는 고향인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와 자신이 살고 있는 좁은 집을 지겨워한다. 그녀가 다니는 가톨릭 여자 고등학교 또한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학교일 뿐이다. 크리스틴은 하루빨리 새크라멘토를 떠나 낭만의 도시 뉴욕처럼 최대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크리스틴의 학교생활은 이러한 불만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교에 애정이 없는 그녀는 학교의 모든 일에 불성실하게 참여한다. 학교에서의 기도시간도 그녀에게는 형식적이고 지루한 시간일 뿐이다. 그러나 집을 떠나 멀리 대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 진학 상담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좋지 않은 수학 성적을 바꾸기 위해 수학 평가표를 훔치고, 자신의 수학 성적을 거짓말로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틴의 집은 아버지의 실직으로 어려워진 상태다. 그녀의 어머니는 학비 문제로 크리스틴이 타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에 크리스틴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부탁해 비밀스럽게 대학 진학을 준비한다. 크리스틴은 부모의 보호와 간섭 아래 자라온 학생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독립과 그에 따른 멋진 삶을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게 된다.

대학 진학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크리스틴과 그녀의 어머니 매리언은 많은 갈등을 겪는다. 옷을 정리하지 않고, 학교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크리스틴을 매리언이 혼내는 모습은 17세 소녀와 어머니가 겪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크리스틴은 다정하게 드라이브를 하다가도 어머니와 함께 언성을 높이고, 어머니에게 불만을 가지면서도 남자친구에게는 어머니가 사실 좋은 분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틴과 매리언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사랑을 바탕으로 한 모녀간의 일상적 갈등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학교생활 중 유일하게 흥미를 갖게 된 뮤지컬부에 들어간 그녀는 드레스까지 입고 오디션을 보지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주인공 역을 빼앗기게 된다. 이 때문에 크리스틴은 뮤지컬부 활동에는 흥미를 잃지만, 그곳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다. 크리스틴의 침대 머리맡에 쓰여진 ‘대니’라는 이름은 사춘기 여고생의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의 행복한 연애는 대니가 게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이후 방황하던 크리스틴은 두 번째 사랑인 카일을 만나고 침대 머리맡에는 ‘카일’이라는 이름이 새로 새겨진다. 크리스틴은 그와 친해지기 위해 카일을 잘 아는 같은 반 제나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제나와 함께 학교 수녀님을 욕하고, 차에 낙서를 하는 등 일탈에 빠져든 크리스틴은 카일과 사귀는 데 성공한다. 이에 따라 그녀의 일탈을 제지하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줄리와 갈등이 생기지만 크리스틴은 카일, 제나와 같은 상류층의 삶을 동경하며 줄리와 기꺼이 멀어진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곧 그들의 모습이 그리 멋지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돈은 많지만 무신경한 부모를 둔 제나, 암에 걸린 아버지로부터 방치된 카일은 크리스틴이 원하는 부유함과 자유를 가졌지만 부모의 존재에서 결핍을 느끼고 있었다. 크리스틴은 여기서 자신은 당연하게 누리며 오히려 불만을 가졌던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사실은 소중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제서야 부모님과 고향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크리스틴은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다. 새크라멘토를 떠나며 그녀는 자신의 방을 페인트칠한다. 방황했던 과거의 낙서와 침대 머리맡의 좋아했던 남자친구들의 이름이 하얀 페인트로 덮였다. 크리스틴이 방황을 끝내고 미래로 나아갈 것을 암시하는 듯 했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온 문구다.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영화가 끝난 후 깨닫게 된다. 크리스틴은 레이디버드가 돼 자신의 꿈대로 오랫동안 지겨워했던 집을 떠나 날아올랐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이로 인해 그녀는 가족의 간섭과 관심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우리 모두 레이디버드가 되고 싶었던 추억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레이디버드(그레타 거윅, 2018)
■ 상영시간: 94분
■ 이용등급: 15세 관람가
■ 장      르: 코미디, 드라마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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