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탄생의 원천인 물. 지구 생명체의 탄생은 바로 물에서 비롯됐습니다. 실생활에서도 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식수 외에도 하천유지용수,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성분 중 하나입니다. 물 부족 국가를 분류하는 지표나 물을 아끼기 위한 여러 국가들의 노력 역시 인간 삶에 있어 물의 중요성을 인식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물은 언제부터 지구에 존재했던 걸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구의 물 형성 시점을 추정하는 다양한 가설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설은 약 45억 년 전, 화성 질량의 2배가량 되는 천체가 지구에 충돌한 영향으로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달이 됐고 그 여파로 지구에 물이 형성됐다는 주장입니다. 물 형성에 필요한 화학반응과 여타 물질들이 소행성 등 천체와의 충돌을 거치며 생겨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이를 받아들인다면, 지구의 물은 달 탄생 이후에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가설은 주류를 이뤄온 기존 가설과는 배치되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가설에 의하면, 지구의 물 형성 시점은 천체와의 충돌 이후가 아닌 그 이전입니다. 액체 상태의 물 형성과 천체 충돌 사이의 연관성이 적다고 본 것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지구의 물은 달 탄생 이전부터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진은 지구의 돌과 월석(달의 암석) 사이의 산소 성분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의 물이 천체와의 충돌 이후에 형성됐다면, 달을 이루는 암석과 지구의 암석은 서로 성질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입니다. 놀랍게도, 연구 결과 지구의 돌과 월석의 산소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지구의 물이 소행성 충돌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데 힘이 실리게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세종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성환경 교수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온도”이며 “충돌로 인해 생긴 물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관점을 밝혔습니다.

액체상태의 물이 지구에 45억 년 보다 더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가능성을 높인,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물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 느끼게 합니다. 커다란 충격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물의 회복력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소행성 충돌은 재난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할 만큼 파괴적인 위력을 자랑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름50m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도시 하나가 파괴되고, 그 두 배인 지름 100m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남한 전체 면적에 육박하는 지역이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합니다. 강력한 충격에도 형태를 잃지 않고 존재할 수 있게한 물의 회복력은 태양계 외 다른 행성에도 액체 상태인 물의 존재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소행성과의 충돌을 경험한 지구처럼 태양계 외 많은 행성들이 형성 과정에서 수많은 소행성 충돌을 겪었습니다. 연구를 통해 확인한 물의 회복력을 참고했을 때, 이러한 행성들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지구의 물(액체 상태)이 언제 형성 됐는가를 둘러싼 상반된 두 가설 중, 어느 것이 확실하다고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두 주장 모두 ‘물이 언제부터 존재했는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지구의 생명을 키워 낸 물의 기원을 쫓는 모든 과정이 곧 인간의 뿌리를 찾는 모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성기태 수습기자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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