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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간의 주체, 지역 주민
안효진 기자  |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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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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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구의 고가도로 및 방치된 공간을 ‘미인도’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우리대학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6년부터 100주년 기념 시민문화 교육관 건설에 착수했다. 시민문화교육관은 개교 100주년이라는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인만큼 그 규모나 디자인에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3개 동으로 설계돼 학교 부지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 원래 시민문화교육관 자리에 있던 음악관 벽돌을 이용함으로써 100주년 역사와 상징성을 드러냈다. 또한 주변과의 아름다운 조화를 중시하며, 열린 공간을 표방하기도 했다. 교육관의 용도는 강의실과 같은 학습 공간뿐 아니라 시민문화도서관, 시민창작지원센터, 평생교육원 등의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학습공간을 제외한 주요 시설들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주민과 공간을 공유하는 국공립대

우리대학은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공립대로서 시민문화교육관의 용도를 지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에서 학교가 학생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학우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공립대’라는 이름 하의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외부인들로 인해 학교 면학 분위기를 해쳐 학생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일어난 적이 있다(본지 706호). 이러한 문제는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와 같이 우리대학은 지역 상생을 이뤄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대학은 공립대로서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대학 뿐 아니라 다른 국공립대 또한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노천강당 ‘버들골 풍산마당’은 대학 공간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원형강당과 넓은 풀밭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더 나아가 이웃 주민 또한 함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공간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

활기를 띤 봉제 산업지, 000간

창신동에서 활동하는 000간은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기업으로 공공공간이라 읽는다. 창신동은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대한민국 패션 메카인 동대문의 숨겨진 생산기지로 역할을 해왔다. 이름 없이 골목골목 존재하는 봉제공장은 하청 중심의 업무를 담당했다. 000간은 이러한 창신동을 본래의 역사와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더 활기 있는 생산지로 바꿔나갔다.

000간을 설립한 사람들은 지역 아동센터예술가 선생님으로 마을에 오게되면서 창신동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 과정에서 창신동 봉제거리에서 매일 버려지는 22톤가량의 자투리 천 쓰레기 문제를 알게 됐고 자투리 천을 넣어 만든 제로쿠션 등의 사업을 통해 쓰레기 문제 뿐 아니라 줄고 있는 일감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옷’을 자신들의 직업인 예술과 연관시키며 주민의 공감대와 지지를 확립한 000간은 동네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벌였다.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창신동 산책 프로그램 ‘거리의 가구들’을 기획해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또한 주민들과 협업해 창신동 커뮤니티 도서관을 세우고, 거리의 가구들 프로젝트를 통해 거리에 공공평상을 설치하는 등 창신동에 예술을 활용한 공공공간을 만들었다. 000간의 창신동 도시재생은 쇠퇴해가는 산업을 무작정 바꾸기보다는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전하고 활성화시켰다. 이를 통해 주민 간에 커뮤니티를 형성해 활기 있는 동네로 바꿀 수 있는 공공공간이 마련됐다.

   
▲ 모기동 마을 축제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주민이 직접 기획하는 모기동 마을축제

모기동은 사실 양천구 목2동을 소리나는 대로 부른 애칭이다. 지난 2010년 공공미술 활동가인 청년들은 목2동에 ‘숙영원’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 만나고 얘기하며 이들은 ‘목2동 동네 주민’이 됐다. 청년들은 예술가가 아닌 같은 주민으로서 카페 손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동네의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다. 2010년 10월, 이들은 인근의 공방과 주차장을 활용해 ‘모기동 궁여지책’이라는 이름의 작은 축제를 열었다.

이들이 연 축제는 해가 갈수록 지역 주민의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3년차 축제부터는 주민들이 기획가로서 함께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축제를 주도함으로써 벼룩시장과 아트마켓뿐 아니라 공연과 이벤트가 더욱 풍성해졌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운동장을 제공하겠다고 나섰고, 2014년부터 주민제안 사업을 통해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들이 가져온 모기동의 변화는 마을축제 뿐 아니라 마을학교, 주택협동조합, 나눔 도서관 등을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것으로 확대됐다. 숙영원은 지역주민들이 모인 협동조합이 이어받아 마을카페로 만들어졌고, 동네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잡지도 발간되고 있다. 원래 숙영원을 운영하던 공공미술 활동가들은 ‘플러스마이너스1도씨’라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목2동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목2동은 여러 재개발 이슈로 인해 주민들이 빠져나가던 동네에서 머물고 싶은 활기찬 동네로 변화했다. 핵심은 주민이 직접 주도해 이어가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축제가 아닌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기획한 마을축제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공공공간의 활성화는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다른 공공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변화도 일으켰다.

   
▲ 창신동 꼭대기에 위치한 마을 도서관
지자체와 주민이 협력한 마을 공간

000간과 모기동 마을 축제가 주민에게 스며든 사회적기업의 사례였다면, 성북구는 문화예술 전문기관이 주민과 협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성북문화재단은 지역 예술가와 문화재생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모여 지역 이슈를 나누고 변화를 모색하는 회의를 매달 연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성북구는 고가도로 밑 환경미화원들의 창고 용도로 쓰레기장처럼 사용되던 공간을 ‘미인도’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서로 만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성북구는 또한 방치돼 있던 수도가압장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는 지자체가 주민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든 사례다.

주민이 참여·주도하는 공공공간

000간, 모기동 마을축제, 성북구의 공공공간 활성화를 시작한 주체는 사회적 기업, 지자체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를 이어받아 새로운 주체가 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던 지역 주민이었다. 사례들의 공통점에는 공공적 공간을 개발하고 재생시키는 일에 앞서 주민 삶의 방식을 면밀히 파악했다는 것에 있다. 주민에게 밀접하게 다가가 주민이 원하는 것과 지역의 상황, 마을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발견해 이를 살릴 수 있었다. 또한 도시 기획가가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자원과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결자 역할을 했다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공공공간 사업이 도시 기획가가 없어지면 끝나는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자발적으로 이어가는 도시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공간 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한 것이다.

공공공간 활성화 과정에서 주민 참여·주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시설계획에서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도시대학 교육프로그램의 활용 가능성에 관한 사례연구 (김진경 외 2인, 한국도시설계학회지, 2011)에서는 교육프로그램 활용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한다. 전문가와 주민의 협력적 관계 형성과 실제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공공시설계획과정에서 주민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사용자가 주민인만큼, 가치 있는 공공공간은 그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듦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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