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앤드런(Hit-and-Run) 방지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를 달궜다.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겨 현재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일명 ‘히트앤드런 방지법’이란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경제적 부담도 지지 않는 생부(생모)에게 강제로 양육비를 부과하는 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양육비 청구 법은?

우리나라의 미혼모는 비교적 최근인 2005년부터 생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DNA 검사를 통해 생부임을 증명하고 양육비 이행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내릴 수 있고 감옥까지 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2015년부터 양육비이행관리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미혼모·미혼부뿐 아니라 이혼한 부모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에게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할 권한이 없고, 강제로 양육비를 징수할 권한도 없어 성과는 미비했다. 생부가 ‘돈이 없다’고 주장하며 악의적으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실제로 경제적 능력이 없어 이행 명령을 거부하면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모는 실질적으로 양육비를 받을 방법이 없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양육비 이행지원 신청 가정에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있으나 월 20만원, 기간도 최장 9개월에 불과하다.

 
히트앤드런 방지법과 해외 사례

이에 비해 덴마크의 히트앤드런 방지법은 우리나라의 법보다 훨씬 강력하다. 덴마크는 시에서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우선적으로 지원한 후,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생부의 소득에서 세금의 형태로 강제 징수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주하더라도 덴마크로 돌아오면 환수조치가 진행된다. 생부가 아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다면 평생 덴마크를 떠나야 한다. 논문 <미혼부모의 사회통합방안>의 저자 김혜영은 ‘덴마크는 높은 혼외 출산율을 나타내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한부모 가족의 빈곤화가 그다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덴마크 한부모 정책의 기조는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양육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상태 그 자체를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덴마크 외에도 비양육 미혼부·모의 양육비를 강제로 징수하는 나라는 많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체납자에게 양육비를 강제로 징수하지 않지만 행정적 수단을 이용하는 국가도 있다. 캐나다는 양육비를 체납한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여권 발급을 정지한다. 미국은 연방정부에서 양육비 지원을 강제하고 있어 체납시 세금 환급금에서 양육비를 차감하거나 운전면허 정지 등의 조처를 내린다. 호주의 경우, 체납시 각종 임금 및 수당에서 양육비를 징수하고, 체납자에게 파산 선고를 내리거나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다.

우리나라 미혼모의 현실

2016년 실시한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미혼모는 2만3,936명, 미혼부는 9,172명이었다. 미혼모의 수가 미혼부의 수보다 약 2.6배 많은 셈이다. 30세 미만의 결과는 더 극단적이다. 30세 미만 미혼모는 5356명, 미혼부는 817명으로 미혼모의 수는 미혼부의 수보다 6.5배 더 많았다. 이처럼 아이의 생부를 미혼부로 등록조차 하지 못한 미혼모는 많은 편이다. 이들이 등록조차 못한 생부에게 양육비를 받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여성부가 2012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그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비율은 83%에 달했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의 경우 이혼, 사별, 미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에 미혼모의 양육비 실태를 보여주지 못한다. 통계청의 미혼모 수 조사도 2015년이 돼서야 시작됐고, 이들의 양육비 실태는 국가적인 실태 조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결과>에서 2010년 양육 미혼모 7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의 생부로부터 양육비를 받는다고 답변한 미혼모는 4.7%에 불과했다.

김혜영의 논문에 따르면 ‘미혼모들의 자립을 위한 취업노력이 수급자 지정자격조건과 상충될 경우 수급권을 박탈당하는 현실과 연동돼 있다’며 ‘원가족과의 단절을 이미 경험했음에도 원가족의 소득구조에 긴박돼 있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큰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젠더와 문화』에 따르면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모의 경우 출산 후부터 원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양육미혼모의 25%는 부친과, 12.8%는 어머니와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고 만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게 고립돼 있다는 답변도 9%였다.

 
낙태는 불가한데 양육비를 받을 방법도 없고

미혼모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면 형법 269조 낙태죄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생부로부터 양육비를 받는다고 답변한 미혼모는 4.7%에 불과하다. ‘미혼모’라는 이름에 보내는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하지만 2013년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고 미혼모는 아이를 출생신고 하지 않으면 입양 보내는 일도 불가능해졌다. 이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은 1300여명에 이르고 영아유기 사건 역시 급증했다. 하지만 구석에 몰린 이들을 비난하는 일은 얼마나 쉽고 비겁한 일인가. 생부는 낙태죄의 책임에서, 양육의 책임에서, 아이를 입양보내기 위해 감당해야할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서도 자유롭기만 하다. 청와대의 답변이 기다려진다.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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