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2 018년 4월 25일 개봉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개봉 첫날 9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5월 19일에 이르러서 국내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악당으로 ‘타노스’가 등장한다. 항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악당(빌런)’에게 악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부여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악당에 대한 연민, 납득을 체감하게 하면서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상승시켜왔다.

타노스의 고향, 뛰어난 문명을 자랑했던 타이탄은 자원 고갈과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상황에 처해있었고 급진주의자였던 타노스는 멸망을 막기 위해 남녀노소, 빈부, 귀천을 따지지 말고 인구의 절반을 죽이자는 과격한 제안을 한다. 하지만 타노스의 의견은 묵살되고 그렇게 타이탄 행성은 타노스의 예측대로 멸망하게 된다. 타노스는 자신의 이런 비극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의 한정된 자원이 모두를 먹여 살릴 수는 없기에 누군가가 필요악이 되어 우주 절반의 생명체를 없애버려야 한고 믿고 있다.

이러한 타노스의 ‘신념’은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론’과 매우 닮아 있다. 인구론에 따르면 인구의 증가속도를 식량의 증가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맬서스의 이러한 ‘인구론’을 바탕으로 실제 영국에서는 빈민구제법을 축소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파격적이고 과격한 이론이지만 전혀 허황된 이야기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맬서스의 ‘인구론’은 이미 실패가 명백히 증명된 이론이다. 증가하는 인구에 맞춰 인류의 기술은 진보하였으며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기술적인 수준을 지니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출산 부족 문제가 심화되어 120억을 넘어가는 인구증가에 대해 회의를 품는 학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맬서스는 19세기의 영국의 상황까지밖에 알지 못했다. 극악의 환경에서 ‘높은 출산률’과 ‘높은 사망률’을 보였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의학, 식량 분야에서 높은 기술적 향상을 토대로 전환되었고 출산률과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한 인구 정체시기에 들어서는 오히려 인구의 감소까지도 우려되고 있는 것이 오늘 날의 우리의 모습이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타노스의 행성 ‘타이탄’은 놀라운 ‘과학 문명’을 이룩했었다고 소개된다. 이러한 타이탄 행성에서 ‘인구의 증가’라는 말이 먼저 성립될 수 있을까? 지구보다 더 뛰어난 ‘과학 문명’을 이룩할 정도라면 타이탄 행성에서 살아가는 종족의 인구수는 오히려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달된 의학기술로 급격하게 줄어드는 사망률과 그에 따른 출산률 감소는 인구 증가에 거의 절대적인 법칙처럼 작용한다. 따라서 타노스의 행성이 팽창하는 인구수로 인한 멸망을 겪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게 된다.

이러한 ‘타이탄의 멸망’과정을 바탕으로 맬서스의 ‘인구론’적 사상을 가진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굳이 생성해야만 했을까? 적어도 그의 동기에 맬서스의 ‘인구론’을 도입했어야 했을까? 타노스라는 악당에게 더 그럴싸한 사상이나 신념을 가져다주었더라면 관객들은 그의 악행을 더욱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타노스라는 악당에 아쉬움을 남긴다. 단순히 선과 악을 나눠 그 경계에서 권선징악적 모습을 보여주던 이 전의 히어로 영화를 탈피하고 어쩔 수 없는 환경과 상황으로 인해 ‘악당’으로 전락하는 캐릭터들과 이들과 맞서며 명확하지 않은 ‘선과 악’의 영역에서 고뇌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잘 보여주었기에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더욱 더 아쉬움이 남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안소니 루소, 조 루소)
■ 상영시간: 149분
■ 이용등급: 12세 관람가
■ 장      르: 액션, 모험, 히어로


손명훈 수습기자 smm003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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