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 등에 위치한 제3세계 지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적정기술을 활용하고 있을까요? 적정기술을 도입하는 대부분의 목적은 고질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의 퇴치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적정기술의 실현으로서 ‘정수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부·중부 아프리카와 같이 연 강수량이 적거나 수질 오염이 심각한 지역이 그렇습니다.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식수를 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깨끗한 물 없이는 생존 역시 보장 받기 어려울 정도이죠. 때문에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정화시킬 수 있는 정수기술의 도입을 항상 필요로 했으며 오늘날에는 이러한 정수기술이 적정기술과 결합하여 제3세계 지역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트로, 행복대야, 플레이펌프 등이 정수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발명품에 해당합니다.

라이프스트로는 가장 잘 알려진 정수 발명품으로, 정수 기능을 갖춘 휴대용 빨대입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특이하게 생긴, 제법 큰 빨대에 가깝지만 빨대 내부에 필터가 장착돼 있어 물을 흡입할 때 물속에 섞인 불순물들을 단계적으로 거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장티푸스나 콜레라를 유발하는 물질 또한 차단할 수 있어 물을 경로로 하는 질병 문제를 감소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마찬가지로 행복대야도 필터를 이용하는 정수 발명품입니다. 대야 내부에 나노 필터가 장착돼 있어 정화된 깨끗한 물만을 대야에 고이게 하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강가에서 식수와 생활용수를 구해야하는 제3세계 지역의 환경에 적합하게 개발된 발명품입니다.

정수기술이 제3세계 지역에만 국한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수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수담수화와 같은 기술이 물 부족 국가에게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해수담수화기술은 말 그대로 해수(바닷물)를 담수(염분이 적은 물)로 바꿔주는 기술인데, 염분 함유량이 높은 해수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 원리로 증발식과 역삼투식 방법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증발식의 경우, 해수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를 응축하는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역삼투식은 농도 차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 즉 삼투압을 역으로 이용해 해수에서 담수만을 얻는 방식입니다. 같은 해수담수화기술이더라도 그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경제적 여건과 환경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적정기술과 결합한 다양한 정수 발명품, 혹은 정수원리들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살아가는 제3세계 주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입니다. 생존으로 점철된 삶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선물하는 정수기술. 이제는 제3세계를 넘어 세계 각지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성기태 수습기자 gitaeuhjin0330@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