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자기 주장을 하되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건 안다. 그래서 내 주장을 담아 기사를 기획하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문가 인터뷰, 설문조사 등으로 기사를 구성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취재원이나 설문을 마주하면, 딜레마에 빠진다.

나는 ‘A라는 소수자들이 편견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준비한 적 있다. 이를 위해 한 전문가를 찾아갔다. 내가 그 분에게 바라던 말은 ‘사람들의 생각은 편견이다. 차별은 부당하다’였고,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분은 “A를 차별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며 “A를 달래줄 방안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기사의 방향이 모호해졌다. A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고, 나는 그 ‘객관성’에 묶여 그 전문가의 의견을 부분적으로나마 기사에 실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취재가 내 맘처럼 풀릴 거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이번호에는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 블라인드 설문을 해 기사에 실었다. 설문지를 준비하는 내내 ‘내가 반대하는 공약이 독보적인 1위를 하면 어떡하나’, ‘내 생각이 틀린 걸까?’하며 생각이 많았다.

전문가와 다수의 주장이 나와 다를 때, 나는 턱 막히는 것 같다. ‘그들도 틀릴 수 있음’을 알고, 그들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라는 대답을 듣겠지만, 나는 확신이 없다. 나 역시 틀릴 수 있음을 알고, 그들의 주장은 너무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방법이라고는 ‘나만의 주장을 갖되, 귀는 열어둬야 한다’는 뻔한 방법뿐인 것 같아 이번호를 준비하는 내내 답답했다.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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