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수준을 두고 찬반양론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다. 쟁점은 최저임금이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부의 재분배가 곧 성장을 불러일으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지지자와 회의론자들의 충돌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똑같이 올랐을 때, 생활이 여유로운 고소득층 보다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더 많은 금액을 사용할 것이므로, 저소득층의 배분 몫을 늘려야 한다는 이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도 이런 정책의 일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 청와대에서 이를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장하성의 경제 철학을 잘 담고 있는 책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이름 그대로 한국의 자본주의를 설명한다. 혹자는 한국의 자본주의가 어떤 점에서 특별하느냐고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배경은 다른 선진국들과 명확히 다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이른 시기부터 정착된 기존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1980년대까지도 완벽한 계획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정부가 경제를 주도하는 수준을 넘어 민간 단위의 사소한 물품들까지 직접 가격을 책정했다.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신자유주의’ 열풍이 불 때, 우리는 정부가 책정한 목욕 값을 어긴 사우나탕 주인에게 처벌을 가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 장하성은 박정희 시절 보호경제로 성장한 재벌이 이제는 본인들에게 유리한 자유경제를 주장한다고 비판한다. 장하성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벌들은 관료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의 철저한 보호무역 속에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근면한 국민들은 일부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희생’당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산업의 역군들은 풍족한 삶이 아닌 노인빈곤율 48.6%라는, OECD 평균 4배(2015, OECD)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GDP는 13.7%가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2.5%를 오르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장하성은 앞선 근거들을 바탕으로 ‘투자’가 아닌 ‘소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단순한 성장을 넘어 보다 ‘정의로운 경제’가 돼야한다고 봤다. 자유주의의 거장 존 롤스에 따르면 정의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평등 배분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몫이 주어지는 경제가 곧 정의로운 경제가 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철학이 문재인 정부의 생각과 일치하면서 장하성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임한다. 그러던 지난달 말, 이들의 소득주도성장은 새로운 도전을 맞는다. 지난달 말 통계에서 소득분배가 오히려 악화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야당 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며 공격에 나선 한편, 반대 진영에서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누구의 의견이 맞든지, 장하성은 청와대의 핵심 경제 참모로서 경제 전반에 계속해서 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그의 소득주도성장이 소비를 촉진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허구에 불과한 것일지 수 년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유상 기자 yys61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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