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문이’ 치료 위해 모금 주도해

<우리대학 재학생 조제웅(전전컴 12) 씨 인터뷰>

▲ 후문이를 포획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준 조제웅(전전컴 12)씨.

우리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고양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립대 고양이, 통칭 ‘시냥이’들은 학우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 캠퍼스 안에서 학우들과 공존하고 있다. 지난 겨울, 후문에 서식한다고 해서 ‘후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고양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졌다. 이후 후문이의 치료를 위해 모금이 시작돼 많은 학우들의 온정의 손길이 쇄도했다. 당시에도 모금액이 충분히 모여 후문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발라줄 수 있었지만 후문이는 쉽게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된 모금. 서울시립대신문은 두 번의 모금 활동을 주도한 우리대학 재학생 조제웅(전전컴 12)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후문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린다
후문이라는 이름은 우리대학 후문에 주로 서식해서 붙여졌고, 5살 정도의 수컷 치즈색 고양이다. 후문이가 아프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10월부터인데 얼굴이 붓고 침을 흘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올해 2월부터 후문이의 치료를 위해 첫 번째 모금을 시작했고 30만원정도가 모였다. 후문에 위치한 카페 ‘레이앤단’ 사장님의 도움으로 포획을 해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구내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한 후 방사했지만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어 약품 처방을 하지 못했다. 결국 최근 들어 구내염이 재발했다. 구내염으로 인해 먹이를 잘 먹지 못해서 영양 부족 상태를 겪었고 지금은 치료가 시급한 상태이다.

모금은 얼마나 모았고, 몇 명이 참여했나?
추후에 통장을 공개하게 되면 아시겠지만 정말로 많은 분들이 모금을 해 주셨다. 대략 한 80명 정도가 모금에 참여해줬고, 금액은 100여만 원 정도 모였다. 학우들 뿐만 아니라 우리대학 정문에 위치한 ‘꽃닭’의 사장님이 금액을 후원해 주는 등 학교 인근의 음식점 사장님도 모금에 동참해 줬다.
모금뿐만 아니라 실제로 팔을 걷고 후문이 치료에 동참해주신 분들도 있다.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고양이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Babara’님과 ‘레스토랑파오후’님은 직접 포획 과정이나 치료 과정에서 함께하시고 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함께 일을 한다고 하니 신기했다.
사실 모금은 애당초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많이 모였다. 지난번 1차 모금 때 대략 35만원 정도 모였으니까 이번에도 ‘그 정도만 모여도 기적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모금을 진행하며 저번에 남은 금액까지 포함해 100만원 정도나 모였다.

▲ 치아 질환으로 얼굴이 부은 후문이. 후문이의 치료를 위해서 일부 발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모금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원래 시냥이들한테 먹이나 간식들을 챙겨주곤 했다. 그런데 후문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모금을 시작하게 됐고, 온라인 게시판에서 시냥이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분들과 함께 후문이의 치료 과정을 전담하게 됐다. 이런 일을 원래 주도적으로 하는 성격은 아니다. 사실 이 일을 한다고 해서 나한테 직접적으로 이득 되는 일도 없지만, 시냥이들을 보살피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기에 모금을 시작하게 됐다.

후문이 치료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일단 모금을 하고 난 후 동물병원을 알아봤다. 그 과정에서 학우들이 좋은 동물병원을 많이 알아봐줬고, 최종적으로 경희대 인근의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하기로 했다. 후문이를 포획하기 위해 반려동물용 이동장을 이용해서 포획 후 안전하게 이송을 하려고 한다.
후문이를 포획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후문 인근 주택가를 여러 번 수색했지만 결국 포획에 실패했다. 온라인 게시판에 후문이의 위치를 제보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왔지만, 후문이가 생각보다 힘도 쎄고 날쌔서 포획하기 어렵다.

포획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생각보다 후문이가 영리하다(웃음). 내가 맨손으로 후문이한테 다가갈 때에는 경계 없이 저를 반겨주는데, 내가 포획하려고 이동장을 들고 다가가면 쏜살같이 도망간다. 지난번에 후문이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려고 이동장을 들이밀었을 때는 드디어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 걸 알았는지 쏜살같이 들어갔었다. 그리고 아픈데도 힘이 좋아서, 후문이를 잡아서 이동장에 넣으려 했는데 바닥을 붙잡고 버티더라. 목덜미를 잡아서 떼내려 했지만 정말 이러다 목덜미가 뜯어지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기운이 좋아서 결국 포획하지 못했다.

모금액이 모자라거나 남으면 어떻게 하나
우선 후문이 치료를 위한 금액은 이미 충당돼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다. 치료 비용은 전발치 비용에 60만 원, 입원 비용에 30만 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금액이 남을 때를 대비해서 나름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해 봤다. 우리대학에 정식 고양이 동아리가 있어 그곳에 기탁하면 좋겠는데 동아리가 없어서 난처하다. 그러나 건공관에서 서식하는 시냥이인 ‘건공이’를 보살피는 비공식 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애당초 고양이를 위해서 모금한 돈이니, 비용이 남으면 그곳에 남은 비용을 기탁할 계획이다.

고양이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직접 고양이 동아리를 만들어 볼 계획은 없나
안타깝게도 졸업을 앞둔 개인 사정상, 동아리를 새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다만 언제나 고양이들을 위한 동아리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기회가 돼 고려대학교의 고양이 동아리에 가볼 수 있었는데, 체계적인 관리를 해서 고양이들의 복지가 상당히 향상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양이가 응급 상황에 처해 있을 때에도 보다 체계적인 대처와 모금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대학에도 고양이 동아리가 있다면 시냥이들에게도 건강한 음식과 다른 학생들과 공존할 수 있는 터를 제공할 수 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모금에 동참한 학우들에게 소감 한마디
사실 이렇게 많이 도와줄 줄은 몰랐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정말 기뻤다.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점점 일이 커지는 느낌이어서 그만큼 책임이 커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다들 고양이를 보면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고 가엽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조금 더 쉽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하나의 통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모금해준 분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녹취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정리·사진_ 한승찬 수습기자 hsc70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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