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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벽을 넘어 당신에게 닿기를연극리뷰 수상한 흥신소
김세훈 수습기자  |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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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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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사후세계를 상정할까.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은 언젠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날 것이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사후세계를 가정하게 된 것일 터이다. 진지하게 접근하면 이 문제는 종교의 영역이겠지만, 다행히 <수상한 흥신소>에서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차용해 산자와 죽은 자를 잇는 통로를 열어놓는다. 따라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벽을 넘어 소통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 중 행정고시 재수생이자 백수인 ‘상우’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이를 이용해 귀신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게 된다. 이 귀신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한 조폭이 있다. 조폭은 과거 다방에서 만나게 된 미스 김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그는 얼마안가 일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된다. 미스 김은 간호사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보지만 삶의 고단함은 항시 그녀의 어깨를 짓누른다. 거기에 더해 조폭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폭력을 행사해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다. 결국 그녀는 남편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조폭은 죽은 뒤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아내에게 회한의 감정을 가지고, 이를 속죄하기 위해 금반지라도 하나 맞춰주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서 마음이 조금 차가워졌다. 조폭의 심경변화가 다소 인위적이라고 느껴진데다가 아내가 배제된 이 사죄의 방식에 깊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끝내 남편을 살해한 미스 김의 변론도 한 번쯤 들어 봐야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결국 선과 악이 뒤엉킨 매듭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대신 한 남자의 일방적인 고백으로 매듭을 잘라버렸다. 물론 극의 장르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책임‘과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둘의 비극을 조명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우의 동네 경비아저씨에게는 투병중인 아내가 있다. 경비아저씨는 그런 아내를 위해 틈틈이 다정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아내는 결국 병환으로 세상을 뜨고 경비아저씨는 실의에 빠진다. 그는 죽은 아내의 휴대폰으로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상실감을 덜기위해 술에 의존한다. 그는 어떻게 이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프로이트는 그의 저서 『애도와 우울』에서 우리가 어떤 대상을 잃고 슬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과정을 ‘애도 과정’이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애도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대상과의 애착을 거두고 새로운 애착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 그녀는 떠났지만 자식들은 남았다. 따라서 그의 애착은 이제 자식들에게 옮겨 갈 것이다. 그녀가 해준 된장찌개를 그리워하며 자신이 자식들에게 끓여준 된장찌개에서는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장면은 그러한 전이가 서서히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그는 상우의 도움으로 (자신도 모르게) 아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로써 그는 애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동연과 윤은 각박한 현실을 서로 의지해 헤쳐나가는 대학생 커플이다. 그들은 같이 의기투합해 (윤의 꿈이었던) 책방을 열고 동연은 윤에게 W.B.예이츠의 『하늘의 천』이 적힌 책을 선물한다.

예이츠의 시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당신의 발밑에 화려하고 귀한 하늘의 천을 깔아드리고 싶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게 없어 깔아드릴 수 있는 것은 내 꿈뿐이니 이거라도 밟고 지나가달라’ 헌신적인 사랑의 원형이 있다면 이와 같지 않을까. 이 절절한 시는 아마 동연의 심정이 그대로 반영된 시일 것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동연은 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래서 정윤은 홀로 남겨져 좌절하고, 귀신이 된 동연은 그런 윤을 바라보며 자신의 무력함을 책망한다.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 윤은 상우의 도움으로 동연이 자신 주변을 맴돌며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동연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윤은 동연과 함께 열었던 책방을 접고 여행을 떠나면서 예이츠의 시가 적힌 책을 상우에게 남긴다. 이제 그녀는 동연이 없는 삶을 긍정하며 (동연의 몫까지) 살아갈 것이다. 이는 윤과 동연 모두에게 오롯한 결말로 보인다. 줄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줄 수 없음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귀신을 보는 상우 덕분에 이들의 못다한 이야기들은 맺어졌다. 상우의 못다한 이야기는 후속편에 이어질 터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글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이 극의 매력 중 7할은 개그코드에서 나온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코미디를 기대하고 가는 관객이 이 극을 보고 실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세훈 수습기자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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