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통계를 ‘나침반’에 비유한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가 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찾듯이, 통계는 앞으로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용자에게 직접 방향을 제공하는 나침반과 달리 통계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짚어줌으로써 이용자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현재의 상황을 전달받을 뿐, 미래의 정보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현대사회에서 통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무엇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통계뿐이기 때문이다. 통계는 숫자와 선으로 연결된 평범한 집합이 아니다. 가장 객관적인 수치를 모아 만든 ‘객관적 사실’의 집합이며 그 지위는 한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모든 통계자료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통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를 망치는 결과만 낳는다. 때문에 우리는 통계를 수용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표본의 크기가 너무 작지는 않은지’, ‘통계산출 과정에서 의도성이 개입하지는 않았는지’ 등 끊임없는 질문과 검증절차를 통해 통계의 객관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근래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던 그리스와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통계의 객관적·주관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통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무시했다. 2000년 당시 유로존 가입을 앞둔 그리스 정부는 가입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6%로 축소 발표하는 통계 조작을 감행했다. 중국에서는 각 지방정부가 GDP 통계를 부풀려 보고하여 2010년, 31개 지방의 GDP 합이 국가 전체의 GDP 수치를 넘어버리는 심각한 통계 오류를 범했다. 이러한 통계 조작의 여파는 오히려 이들 국가의 경제상황을 악화시켜 그리스는 2009년 국가부도위기를 맞았고 중국은 국가적 신뢰를 상당 부분 실추하게 됐다.

조작되거나 부풀려진 통계 사례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들 국가의 통계 조작은 그들에게 있어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 통계’였겠지만 사실 나라를 망치는 ‘망국 통계’에 불과했다. 당장의 이익실현을 위한 의도적인 통계 조작은 이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했고 나라를 망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 사회가 통계 조작 등 의도적 통계 산출을 항상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갖춘 통계는 우리를 언제나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지만 순식간에 가치를 잃고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함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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