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분자 화합물인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임인 Foldit.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가며 느낄 수 있는 게이머들의 유희(?)는 실제 암·에이즈 바이러스 연구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먼저 모서리에 들어맞는 조각을 찾고 판에 놓는다. 이제 판에 놓여있는 조각과 어울리는 조각을 찾고 판에 놓는다. 판이 가득 찰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바로 모두가 어렸을 적 한번쯤은 맞춰봤을 ‘직소 퍼즐’을 푸는 방법이다.

퍼즐이란

보통 퍼즐(Puzzle)이라고 하면 직소 퍼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사실 퍼즐은 사전에서 ‘알쏭달쏭한’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데서 엿볼 수 있듯 인간의 지적 능력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유희를 통칭한다. 토론토 대학교의 마르셀 대네시 교수는 그의 저서 『퍼즐 본능(The Puzzle Instinct, 2002)』에서 “퍼즐과 미스터리는 해소돼야 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인간에게는 이것을 해결해야하는 본능이 있다”며 이를 퍼즐본능이라고 일컫는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이 가진 본능이라는 것이다. 한편, 게임 디자이너 스콧 킴은 논문 『퍼즐이란 무엇인가?(What Is a Puzzle?, 2008』에서 “퍼즐은 재밌으면서 명료한 해답을 갖고 있다. (퍼즐과 똑같이 유희를 위해 사용되는) 게임은 해답을 갖고 있지 않고 장난감은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퍼즐 게임은 여타 장르가 선사하는 유희와는 다른, 동시에 인간의 본능을 충족하는 장르이다. 이런 의미에서 목표와 해답의 존재라는 특성을 동시에 가진 보드 게임은 모두 퍼즐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컴퓨터 퍼즐 게임

퍼즐 게임이 인류의 역사와 처음부터 함께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 퍼즐 게임이 개발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의 컴퓨터 퍼즐 게임은 컴퓨터로 이식된 보드 게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1976년 출시된 ‘어메이징 메이즈’는 미로 찾기 게임으로 종이에 그려서 풀어나가곤 했던 미로 찾기를 모니터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1982년 출시된 퍼즐 게임 ‘로코 모션’은 철도 노선 조각을 이리저리 배치해 하나로 연결시키는, 직소 퍼즐의 변형이었다.

하지만 테트리스의 등장은 컴퓨터 퍼즐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시간으로 낙하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블록을 회전·이동시켜 화면에 쌓아나가며 한 줄을 완벽히 메꿀 경우 그 줄이 사라진다는 규칙을 가진 테트리스는 기존 보드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형태의 게임이었다. 이와 같이 순발력과 공간지각 능력을 동시에 발휘해야하는 ‘액션-퍼즐 게임’의 등장은 퍼즐 게임에도 다양한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함께 물리 법칙을 이용한 퍼즐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게임 ‘하프라이프2(Half-Life 2, 2004)’에서 게이머는 중력, 부력, 지레의 원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하는 게임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퍼즐 게임의 가능성, 또는 여타 장르에서 퍼즐의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한편 게임이라는 매체가 예술 분야와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는 요즘, 퍼즐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의 시도가 진행 중이다. 게임 ‘고로고아(Gorogoa)’에서 게이머는 각기 다른 그림이 그려진 4개의 타일을 이용해 직소 퍼즐을 풀어나가게 되며 직소 퍼즐을 완성할 때마다 하나의 장면이 재생되면서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예를 들면 사과나무와 까마귀가 그려진 타일을 위에 배치하고 아래쪽에 바구니를 놓으면 까마귀가 날아오르며 바구니에 사과가 담기고 이 사과가 다음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는 식이다. 이때 각 타일은 보통  축소·확대·이동이 가능한 하나의 장소를 묘사하고 있으며 게이머는 현재 단계에서 각 장소의 어떤 부분이 직소 퍼즐을 맞춰나가기 위해 필요할지 기억을 더듬으며 추리해나가야 한다. 고로고아는 이런 면에서 기억과 추리, 상상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을 요구하면서도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최근들어 게임 개발의 장벽이 낮아짐으로써 게임 장르 중 하나인 워킹시뮬레이터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듯(▶관련기사 719호 8면), 퍼즐 게임 장르에서도 간단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아낸 퍼즐 게임들이 탄생하고 있다. 움직이는 ‘손그림’들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야하는 ‘히든 폭스(Hidden Folks, 2017)’가 그 예이다(▶관련기사 710호 6면). 히든 폭스의 개발자 아드리안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움직이는 손그림 모음집을 디자인 학부 졸업 과제로 준비했었다”며 “‘이 작품에 게임성을 부여하면 어떨까’하는 간단한 아이디어로부터 히든 폭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듯 다양한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퍼즐 게임이라는 장르를 다채롭게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진지한 게임(?)과 퍼즐의 만남

게이머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보통의 게임과는 달리, ‘시리우스 게임(Serious Game)’은 게이머의 즐거움보다는 교육, 지적 능력 배양 등을 우선시한다. 경제적 이론에 철저하게 입각한 회사 모의 경영, 모의 비행 훈련 시스템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시리우스 게임은 특정 상황·현상을 실시간으로 모사하고자 하는 시뮬레이션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퍼즐과 시리우스 게임이라는 두 장르가 만난, 지적 능력을 시험하면서 즐거움을 넘어선 특정 목표를 가진 게임도 있을까. ‘폴딧(Foldit)’은 워싱턴 대학교의 게임과학부, 생명화학부에서 2008년 출시한 게임으로 여러 가지 안정된 3차원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단백질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연결된 구조를 갖는다. 이때 어떤 아미노산이 어디에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에 따라 단백질의 생명·화학적 성질 및 안정성이 결정된다. 하지만 단백질에는 많게는 1000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3차원적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한다고 해도 구조 및 기능을 분석하는 것은 상당한 난제다. 이 때 워싱턴 대학교의 생명화학부에서는 사람이 지닌 ‘직관적인 3차원 분석 능력’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게임과학부와의 협력을 통해 ‘자유로운 아미노산 조작이 가능하며 생명화학 이론적으로 안정적인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내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 탄생하게 됐다. 고득점을 받은 단백질 구조는 전문 과학자들에 의해 주목할 만한 구조로 선정돼 자연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구조인지 검증 과정을 거친다. 현재 폴딧에는 약 70만명의 유저가 등록돼 있으며 이들은 서로가 만들어낸 단백질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2010년, 10년동안 난제로 남았던 에이즈 바이러스와 관련된 단백질 구조를 폴딧에서 밝혀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퍼즐 게임은 개인의 지적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단순한 유희를 넘어 공동의 목표를 위한 지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퍼즐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인간 문화와 함께했던 퍼즐은 컴퓨터라는 매체를 만나 더 다양한 형태로, 때로는 단순 유희를 넘어선 존재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퍼즐 게임이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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