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대법원에서 병역법, 예비군법 위반 사건에 관해 공개 변론이 진행됐다. 기소된 이들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자신에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었다. 이 재판에는 검찰 측 참고인으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가,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는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재승 교수가 참가하여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적 사유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변론을 펼쳤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선되지 않으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나오는 양심, 종교의 자유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제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1950년 한국전쟁 이후로 20000명에 이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이러한 판례에 따라 수감됐으며, 2018년 5월을 기준으로 238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돼 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과는 다르게 2007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결 이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이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견해를 여러 번의 보고서를 통해 공표했다.

지난 2004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정렬 판사가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이후, 2016년 광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에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항소심 무죄판결이 나왔다. 이후 무죄판결이 급증해 2016년까지 도합 11건의 무죄판결이 내려진 이후 지난 2017년에는 44건, 올해에는 50건 이상의 무죄판결이 내려져 지금까지 100건 이상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더욱이 지난 6월 28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병역의 종류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오면서 사법부의 판단이 바뀌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83개국 가운데 31개국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나머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OECD 회원국은 없으며, 대부분이 아프리카나 중동 등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이다. 동국대학교 문재태 교수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법률 검토」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분단 상황인 대만과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국가는 가능하다면 적극 반영하여야 할 사안으로 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복무제의 시행과 그 방식을 두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은 지난 8월 14일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대체복무자가 육군 복무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지뢰제거, 유해발굴 업무를 시행하도록 법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기간과 업무에 대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색출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므로 과도한 대체복무를 부과하여 병역면탈자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위헌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김대환 교수도 대체복무 도입방식을 묻는 인터뷰에서 “대체복무제를 시행함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군복무자와 대체복무자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대체복무제는 징벌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한 범위에서 이행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대체되는 복무는 병역의무의 이행과 같이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봉사가 되는 것이어야 하며, 대체복무를 군사와 관련된 일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시민사회에 봉사하는 것도 고려를 해야한다”고 대답했다.


이정혁 수습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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