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기간 동안 축구 종목은 유독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는 달리 야구 종목의 인기는 적었는데 병역 미필자를 우선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비판과 형평성 논란이 SNS와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속화되었다. 특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이 병역특례법 개선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방탄소년단(BTS)도 빌보드 차트 1위를 해 국가공헌을 했다’며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이 정치권은 물론 체육·문화계에서도 제시되고 있다.

병역특례 제도에서 가장 비판을 받는 부분은 ‘국위선양’이다. 병역법 제2조 제1항 10의3호에서 “예술·체육요원”이란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제33조의7에 따라 편입되어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체육 분야의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는 일종의 병역혜택(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 이후 34개월 기간 동안 예술·체육특기분야에서 의무적으로 종사해야함.)을 받는 예술·체육요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위선양(國威宣揚)’이라는 구체적인 단어가 드러난다. 이 단어는 ‘나라의 위세를 널리 드러냄’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하지만 단어의 뜻 자체에서 어디까지가 ‘위세를 드러내는 것인지’에 대한 모호함이 강하게 드러난다. 해당 조항의 국위선양이라는 단어는 1973년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1970년대 초중반, 국가적으로 스포츠를 국위선양이라는 목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해당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3년 제 54회 전국 체육대회 개회식에서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사에서는 “협동과 단결의 정신이 곧 스포츠 정신의 기본이며 우리 체육인들의 사명은 비단 국민 체력의 향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스포츠 정신을 생활화시킴으로써 협동, 단결심을 더욱 함양해서 국력의 조직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에서 단결심과 국력의 수단으로 스포츠를 사용해왔다. 때문에 국위선양은 해석의 여지에 있어서도 그 단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지적이 있어왔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체육계는 올림픽 3위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1위(금메달) 예술계는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내,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이다. 체육계는 1990년대를 마지막으로 28년 동안 개정은 없었으나 예술계는 2015년에 국내 음악 경연대회 인정대회를 축소·개정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러 양정모 선수가 혜택을 받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WBC 에서도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특례가 주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로 예술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280명,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178명(올해 아시안게임 제외)이다.

해외 징병제 시행국가들 중에서도 위와 같은 선발방식의 국위선양의 병역특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먼저 OECD 국가 37개국 중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13개 국가뿐이다. 이중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OECD국가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보상적 성격의 병역특례는 아주 드물다.

터키의 경우에는 ‘Paid Military Service’가 존재한다. 2015년부터 시작 된 제도로 18000터키리라(한화 약 300만원)를 지불하면 병역이 면제가 된다. 이 제도는 모든 징병 대상자가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정부의 심사를 통해 결정이 된다. 또 해외에 체류하면서 3년 이상 취업하거나 사업을 한 사람은 일정 금액을 부담한 뒤 군사훈련을 거치면 병역이 면제된다.

이스라엘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가이다. 하지만 정통파 유대교 신자인 여성의 경우는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으며 전쟁을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인정해주고 있다. 이공계 계열 인재들의 경우는 군 복무 기간 동안 과학기술분야 연구를 하도록 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초정통파(Ultra-Orthodox) 유대교도들이 예시바(유대학교)에 재학하는 경우 병역면제를 받았지만 2017년 9월 대법원의 판결로 해당 법률이 폐기됐다. 운동선수의 경우, 체육부대 지도자로 복무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병역특례는 갖추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과거 세계적인 축구선수였던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가 유일하게 총리의 직권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적이 있다.

유럽의 경우는 위의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가진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군복무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이 타국가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스위스와 같은 나라는 신체나 건강상의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는 경우 장애인이 아닌 이상 소득의 3%를 국방세로 내야한다. 일반 사병의 경우에는 만 34세까지만 의무복무를 채우면 되기에 시기적으로도 타국가에 비해 부담이 적어 병역을 기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터키를 주적으로 하여 국방을 구축해가는 그리스도 9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러한 그리스는 2004년부터 만 35세까지 군대에 복무하지 않으면 8505유로(한화 약 1100만원)을 내고 기초 훈련만 받고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올림픽 종목에 한하여 체육종사자는 체육훈련소 소속으로 대체 복무를 가능하게 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17개월로 복무기간을 늘리는 대체 복무도 허용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군대 규모가 2만5천명 정도로 매우 적다. 2016년 7월부터 실시된 여성 징병제가 있어 남녀 모두 복무기간이 12개월이며 군 복무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많아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병역 기피현상이 적다. 또한 보상적 성격을 가지고 대회에서 입상을 해야 면제가 가능한 한국과는 다르게 스포츠를 주된 직업으로 가지는 사람의 경우 성적과 상관없이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다. 다만 국방부 징병센터와 노르웨이 올림픽 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한다.

덴마크 또한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이지만 복무기간이 4~12개월 정도이기에 병역에 대한 특례는 없다. 이스라엘, 그리스와 비슷하게 체육선수를 비전투부대에서 복무하게 하는 유럽국가는 핀란드도 있다. 핀란드 또한 군사스포츠학교에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군사스포츠학교는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e-스포츠 선수도 심사를 거쳐서 복무할 수 있다.

독특하게도 북한의 경우, 운동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북한의 선수들은 군인신분으로 대회에 출전하며 국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 국가에서 차와 아파트를 선물한다. 지방 출신 선수인 경우는 가족들을 평양으로 이주시켜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북한의 병역면제 시스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해커 육성에 주력하면서 10살이 넘은 어린아이들을 해커요원으로 선발하고 이를 양성하는 특수학교에 보내는 경우, 평양 소재 아파트 제공과 군 복무 면제라는 혜택이 주어진다.

전체 국가를 따져보았을 경우 국위선양이나 보상적 성격으로 병역특례를 주는 국가는 이란과 우리나라만이 유일하다. 과거 대만도 국제대회에서 수상을 하면 병역을 면제 받는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올해 1월 1일 징병제를 폐지하면서 운동선수를 위한 병역특례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위 사례들을 통해 국위선양이라는 구시대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국방의 의무를 면제시켜주는 방식이 과연 형평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논의가 계속될 수 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병역특례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1970년대의 냉전의 시대와 달리 2018년이었던 평화의 시대에서는 스포츠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스포츠가 곧 국가의 국력이었던 방식은 아직까지도 2018년 현재 병역법에 남아있다. 스포츠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얻은 결과는 국가의 덕이 있는 것이 아닌 오로지 개인의 성취에 있기에 더는 국가의 틀로 그들의 성취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인정되는 국위선양이란 단어가 과연 지금까지도 유효한지,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가 오히려 전 국민이 지는 군방의 의무에 형평성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손명훈 수습기자 smm003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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