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전 통계청장 인터뷰 >

지난 8월 말, 청와대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경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통계청이 ‘2018년 7월 고용동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보고서 결과 2010년 1월 이후에 취업자 증가율이 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통계청 23일에는 ‘2018년 2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고, 최상위 20%(5분위) 고소득층은 10.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부에게 양극화의 책임을 묻는 비난이 일었다. 이후 공교롭게도 정부의 차관 인사에서 황 전 통계청장의 교체가 확정되자 ‘정부가 통계 결과에 대해서 관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황 전 통계청장은 A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통계청 노조는 지난 27일 내부게시판에 성명서를 올렸다. “역대 그 어느 청장보다 통계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조직의 수평적 문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황수경 통계청장이 갑자기 떠나갔다”며 “현 제도상 통계청장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한국은행 총재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고 의견을 밝힌 뒤 국회에 가서 항의했다. 이에 정부는 통계청장 인사와 관련해 “통계청의 독자성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이번 논란 이후에 “통계는 특정한 해석을 위해 생산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신임 통계청장의 말처럼 통계가 객관적인 자료일까. 이에 우리대학에서 ‘현대사회와 세금의 이해’ 강의를 하고 있는 박형수 제14대 전 통계청장을 인터뷰했다.

 
통계청장은 무슨 일을 하는가

통계청장은 첫번째로 통계를 생산하고 제공한다. 통계의 종류는 굉장히 많지만 국가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통계를 국가통계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국가통계를 통계청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다른 통계를 조사하는 데 기본이 되는 통계를 통계청에서 생산하고, 특정 전문분야와 관련된 통계는 그 분야 전문가들이 생산한다.

통계청이 통계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집중형과 분산형이 있다. 집중형은 통계청에서 모든 통계를 수행하는 것이고, 분산형은 전문분야에서 통계를 만들면 통계청은 그에 대해 기준을 세우며 품질을 관리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통계청은 집중형에 가까운 분산형의 상태로 통계를 생산한다. 제공은 이와 다르게 집중형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생산한 통계를 다 통계청에 집중을 시켜서 국가통계포털로 한꺼번에 제공한다.

두번째로 통계정책을 내는 역할이다. 통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서 각 부처들과 의견을 나누고, 언제까지 어떤 통계를 개발해낼지에 대한 통계정책을 내고, 품질관리를 한다. 품질관리는 각 통계작성 기관들이 작성하는 통계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모든 통계에 대해 품질관리를 할 수 없으므로 3, 5년 주기로 돌아가면서 품질관리를 한다.

셋째로, 통계에 대한 국제교류에 힘쓴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 꽤 높다. 이 정도의 규모가 되는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집중형에 가까운 통계청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 처음 통계청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OECD 통계위원회 부의장이었고,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유엔 통계위원회의 부의장직을 맡게 됐다. 그 정도로 우리 통계청의 위상이 높다. 그래서 통계청은 국제회의에 열심히 참여하고 외국과 교류하면서 다른 나라에 통계에 대해 전수한다.

역임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힘들었던 첫번째 사건은 양파생산과 관련된 통계였다. 원래 통계가 완성되면 발표일정이 있다. 그런데 통계는 공표하기 일주일 전에 해당하는 부처에 통계자료를 먼저 보내주게 돼있다. 이를 사전협의라고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통계청장이 되었을 때만해도 그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양파 통계의 결과에서 우리나라 양파생산량이 매우 낮게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관련 부처는 대책을 세운다. 국내에 비축된 양파가 있으면 풀어야 하고, 비축된 양파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경우에는 중국이나 외국에서 수입을 해서 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통계청에서 해당 부처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바로 발표하게 되면 양파 값이 폭등하고 난리가 난다. 그래서 부처에서 공표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완곡한 요청을 했고 공표일정을 연기했다.

두번째 사건은 우리나라의 소득분배통계 중 지니계수가 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됐던 가계동향조사를 가지고 지니계수를 만든다. 가계동향조사는 매달 가서 가계부를 조사하고 3개월치씩 묶어서 발표한다. 그런데 조사원들이 한 달씩 매달 가서 조사한다고 하면 응답해주는 데 커다란 부담이 있을 거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응답을 하지 않으려 한다. 통계청이 최선을 다해서 보정을 하겠지만 응답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때에 비해 완벽한 통계는 아니다. 통계청도 그 통계가 소득분배지표로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조사를 시작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라는 새로운 조사인데 이 조사는 1년에 한 번씩 한다. 소득과 지출을 모두 조사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니계수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새롭게 지니계수를 계산해보니 기존에 쓰던 지니계수랑 커다란 차이가 났다. 두 지니계수가 이렇게 차이가 나니 통계청에서도 고민을 했다.

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두 개를 발표하면 커다란 혼란이 올 거 아닌가? 그래서 두 지니계수의 차이에 대해서 원인규명을 한 다음에 공표를 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 하필 그 발표 날짜가 대선 며칠 전이었다. 원래 그 통계가 발표됐으면 여당에는 굉장히 불리했을 수 있기 때문에 통계청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그래서 국회에 불려 가서 하루 종일 청문회 비슷한 것을 했다. 청문회에서 ‘양파생산 통계에 대해서도 협의를 해서 공표를 미뤘으니 이 지니계수를 뺀 것도 그런 것이 아니냐’며 ‘보고를 했더니 수치가 안 좋아서 빼라고 하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서 그것이 아니라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며 위에서 압력 받은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하고 나서야 일이 끝마쳐졌다.

 
역임기간 중 가장 보람됐던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보람찼던 경험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통계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낸 것이다. 그 목적을 이루려고 통계청장이 된 것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예가 있지만 굳이 하나를 뽑자면, 체감실업률이다. 과거에는 체감실업률이라는 말만 있었다. 실업률이라는 지표에서는 정확한 국제기준에 따라 실업요건에 딱 맞아야 실업자로 인정해준다. 이와 같이 통계는 정확한 기준에 의해 행해지는데 그 기준을 자의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OECD나 유엔의 통계위원회에서 정말 중요한 통계에 대해서는 다같이 모여서 국제기준을 만든다. 국제적인 기준을 만들고 다시 각 나라에 가서 각자의 환경에 맞춰 수정을 해 실행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수정을 하면 논란이 되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국제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그래야 국제비교도 가능하고 조작의 의혹에 안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업자는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 기간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조사대상 기간에 일이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그 조건을 다 만족시켜야 실업자가 되는 것이고 그 중에서 한 조건이라도 만족시키지 못하면 실업자가 아니다. 그들은 비경제활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이때문에 우리나라는 실업률도 낮지만 고용률도 낮은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준실업률, 소위 말해서 실업자와 비슷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2014년 12월 달에 처음으로 요즘 여러분들이 보는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을 개발했다.

통계학자가 가져야 할 윤리의식은 무엇인가

통계는 정확하고 믿을 만하고 그 과정 자체가 투명해야 된다. 이번 통계청 사건도 정확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니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에 통계청이 제대로 설명 안 했다며 투명성도 떨어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전문성 있는 조직임을 인정받으면 외부인이 통계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하더라도 통계청 사람이 답변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통계를 만들어도 전문성에 대해서 도전을 받으면 어렵다. 그래서 전문성을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특정한 해석을 위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옛날에는 조사를 한 뒤에 사후 보정을 다 해서 통계표만 제공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사의 결과 자체도 마이크로 데이터라고 해 공개한다. 이 조사된 결과를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것을 조작하려면 조사했던 자료를 다 고쳐야 된다. 예를 들어, 1만 명을 조사했으면 1만 명 중에서 몇천 명 꼴로 조작을 해야 수치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마이크로 데이터를 통계청이 공개하기 때문에 더더욱 불가능하다. 조사결과에 대한 조작의 오해는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조사과정의 조작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통계청에는 조사를 감독하는 사람이 있다. 조사된 사람들 중에서 몇 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통계청 직원이 와서 조사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그렇게 검증하면서 자정운동을 벌이기 때문에 조사 자체는 매우 투명하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준과 표본설계조작에 대한 의혹이다. ‘모집단 설정하고 표본설계 쪽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준을 통계청에서 만드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통계 작성기준은 국제 기준을 쓴다. 내가 통계청장이었던 시절에는 통계의 내용에 대한 보고를 안 받았다. 내용은 이용하는 사람이 보고 판단하는 것이고, 통계를 만드는 사람은 ‘그 통계 자체가,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특이한 사항이 없는지’만 점검한다.

통계를 정의한다면 통계는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첫번째, 나침반이다. 과거를 알고 현재 상황과 위치를 가늠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거울이다. 거울이 깨끗해야 물체를 깨끗하게 비출 수 있듯이 통계가 투명해야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한태영 수습기자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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