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우수작>

 
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지는 어깨의 엄마는
할머니의 병문안을 다녀온 뒤
밥을 먹을 때마다
주인 없는 오븐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밥그릇을 긁어낼 때마다
입천장이 따끔거리는 기분
젓가락으로는 집을 수 없는
묽은 마음이 조각난 채 국그릇 안을 떠다녔다

식탁에서의 침묵을 지킬 때 우리는
밤 골목의 고양이 같아서
낮은 자세로 허리를 숙인 채
조용히 울음을 삼켜보는 것이다
젖은 흙이 굳어가는 속도로,
엉성하게 빚어둔 마음도
시간이라는 오븐 속에서
오랜 기간 단단해질 수 있다면
제빵반 수업을 듣기 시작한 엄마는
오븐 앞에 서서 납작하게 눌어붙은 마음을
부드럽게 반죽하고 있었다
묽은 반죽을 빚는 날이면
어린 아이의 손등을 만지는 기분이 든다고
부풀어 오른 식빵을 건네며
뭉개지기 쉬운 마음에 대해 얘기했다

입천장을 긁으며 되살아나는 날카로운 기억과
우스꽝스럽게 비치는 슬픈 표정은
반죽과 함께 섞어 오븐 안에 넣는다
식빵 하나가 따뜻한 김을 내뿜는다
엄마가 반죽한 마음이
오븐 속에서 둥글게 부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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