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교수회장 생명과학과 황은성 교수 인터뷰>

 지난 5월 28일 제4대 교수회장으로 생명과학과 황은성 교수가 선출됐다. 교수회는 우리학교 교수들의 대표적 대의기구다. 교수회에서는 총장과 본부의 업무 처리에서 교수들의 권익이나 복지에 반하는 점이 있다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 황은성 교수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주-

▲ 9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황은성 교수회장
교수회장 선거 출마 계기와 당선된 소감은

사실 교수회가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된 조직은 아니다. 이전에 3대 교수회장으로 김희식 교수님이 당선됐을 때도 교수회장을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를 포함한 두 명의 교수만 입후보했다. 주변에서 교수회장을 하라는 권유도 있었고, 또 앞장서서 교수회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이번 교수회장직에 지원하게 됐다. 1차 투표 결과 동수가 나와 2주 뒤인 5월 28일 재투표를 진행했고 152 대 156의 결과로 당선됐다.

현재 교수회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지금 당장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첫 번째로 12월 말에 있을 새로운 총장 선출에 대비한 제도의 완비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대학평의원회와 관련된 사안이다. 대학평의원회가 11월부터는 정상적으로 구성이 될 것이다. 현재 준비위원장으로서 전체적인 틀은 다 만들어 놓았다. 지난 11일에 회의를 거쳐 운영규정과 구성안을 마련하였다. 교수 5명, 학생 3명, 서울시 공무원 1명, 대학회계 직원 중 행정직, 교무직, 조교, 그리고 동문 각 1명씩 총 13명으로 예정된 다. 사실 원래 대학평의원회의 중요한 기능 중 교육부에서 요구했던 기능은 심의기능밖에 없다. 다시 말해 총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면 우리는 그 결정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의견만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학평의원회가 총장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기존 규정에 추가로 평의원회에서 직원의 복리에 관한 일을 학교에 직접 제안하거나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넣었다. 학생들의 복지나 이익 관련 문제의 경우는 학칙에 이미 규정돼 있다. 교수회가 학칙 심의 역시 담당함으로 별도로 운영규정을 또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수회장으로서 계획하고 있는 정책이나 목표가 있다면

교수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 기회를 좀 더 진작하고 싶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만 해도 저녁 식사를 학교에서 해결하고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을 한다. 그러니까 교수들에게는 학교가 일종의 삶의 터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교수들이 학교에서 하는 일은 자기 연구가 대부분이다. 본인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계속 연구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교수들은 서로에게 굉장히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생명과학 연구를 하고 있지만 다른 연구를 하는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것이 내 연구에 새로운 실마리나 단초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우리 교수들, 학자들은 자기 연구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신난다. 그래서 교수들 간의 소통 기회를 보다 늘리고 싶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가 교수들이 한 달에 한 두 번씩 학교에서 ‘런천(luncheon) 세미나’를 갖는 것이다. 교수들이 가볍게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서로 “나는 지금 무슨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알려주는 식이다.

이외에 이미 있는 교수들 사이의 동호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교수들끼리 갖는 동호회는 골프 동호회나 테니스 동호회 등이 있다. 근데 사실 교수 중에서 골프나 테니스를 잘 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웃음). 그래서 이런 운동 동호회 외에도 합창단과 같은 새로운 동호회를 만들고 싶다. 지난 5월 롯데 콘서트홀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 합중 연주회가 있었는데, 교직원 중 한 명으로서 합창단에 참여했다. 나에겐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합창을 해 본 경험이 없어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인 우리학교 음악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행복했다.

처음으로 우리학교 안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행복감을 다른 교수들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교수들에게는 학교가 평생을 바쳐 일하는 직장인 셈인데 학교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교수들은 너무 자기 일에만 바빠서 연구실에서 감옥살이하고 있다(웃음). 우리학교 교수들이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리대학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있을까

우리학교의 전반적인 연구 경쟁력이 낮다는 게 큰 문제다. 우리학교는 사실 교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학교다. 그 이유는 따로 주인이 있어서 학교를 키우려는 욕구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립대학들은 연구실적이 부족하면 재단에서 연구를 더 열심히 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근데 우리대학은 주인이 곧 서울시민이기 때문에 시민분들이 직접 우리학교 교수들에게 “논문을 왜 이렇게 적게 만드냐”고 따지기 전에는 그럴 일이 없다. 이런 자율적인 연구환경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를 소홀히 여길 수는 없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 매년 대학들의 연구경쟁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대학평가에서 학생이나 교육 자체의 부분은 굉장히 좋은데 연구 경쟁력 면에서 점수를 깎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학교만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형성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4차 산업시대에 우리가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분야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도시’다. 즉, 서울시의 모든 인프라를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의 측면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의 에너지 관리나 교통, 상하수도 관리와 같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동원해 여러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도시공학이 중요한 셈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교통공학과나 토목공학과처럼 효과적인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공대 분야의 인프라는 약한 편이다.

따라서 컴퓨터나 프로그래밍 분야와 결합해 도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최첨단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차기 총장이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우리학교 교수들을 결집시켜 도시산업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역량을 마련하는 문제다. 현재 본부도 그렇고 많은 교수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성원을 모아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이 아직 쉽지 않다.

우리학교가 추구해야 할 가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나 또한 우리학교 교수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인데 무엇이 중요한지는 저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다. 우선 나는 우리학교가 도시 학문의 메카로써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학교가 도시공학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글로벌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세계적인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한다.

그에 앞서 걱정되는 것은 현재 우리학교 대학원에서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원들이 마찬가지다. 학생 입장에서 대학원은 연구만 하는 공간이지 취직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옛날에는 상아탑에서 연구를 해보겠다는 소위 ‘헝그리정신’이 많았는데 요새는 배고프고 힘든 일은 피하자는 주의가 많다. 그래서 우리학교 역시 일반 대학원의 정원을 항상 못 채우고 있다.

 또 대학원생 중에는 대부분 본교 출신보다 지방이나 해외에서 들어온 대학원생들이 많다.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 대학원생들을 유치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수동적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받기만 할 것인지이다.

이처럼 우수한 연구 인력을 수급 받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우리학교는 연구 시설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에 맞는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대학원생들이 우리학교에서 자신감, 긍지를 가지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학교의 모든 시스템은 학부생 중심이지 대학원생 중심이 아니다. 때문에 그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학교 생활관 기숙사 증축 공사가 조만간 마무리될 텐데 그곳에 대학원생들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면 굉장히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대학원생들에 대한 배려가 아직까지는 부족해 보인다.


글_ 오영은 수습기자 oye1211@uos.ac.kr
사진_ 윤유상 기자 yys61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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