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준비하다가 나는 종종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이해’와 ‘인정’이라는 단어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왠지 두 단어를 맞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인정의 사전적 뜻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 이고 이해의 사전적 뜻은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이다. 

나는 여기에 ‘인정’은 어떤 결과에 대해 마땅히 주어져야 할 보상과 같은 것이라면 ‘이해’는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의 복잡다단함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둘을 구분 지었다. 예컨대,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인정이라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라는 식이다.

이 범박한 구분에 따르면, 인정은 간편하다. 어떤 대상이 어떤 기준을 충족했느냐 못했느냐를 판별하기만 하면 된다. 이해는 복잡하다. 어떤 대상이 특정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인정은 단면적이고 이해는 다층적이다. 우리가 쓰는 기사도 이 범주들로 구분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전자가 피상적인 정보들을 다룬다면, 후자는 숨겨져 있는 진실을 발굴해낸다. 물론 이해를 추구하는 기사에는 많은 품이 들어간다. 그래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여 기사를 써내려는 유혹은 떨쳐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단편적인 내용들을 실어 나르는 기사는 이미 넘쳐나서 거기에 기사 하나를 더 얹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가 아니라 사건을 해석하는 기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A가 B를 했다’는 진술로 끝나는게 아니라 ‘왜 A가 B를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기사에 담으려는 노력이 좋은 기사를 만들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는 언젠가 이런 내 생각을 담아 ‘심층 보도’라도 한 번 써봐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세훈 문화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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