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기 독자위원회 _ 제720호를 읽고

의과대학생은 아니지만 비유적으로 나는 신문이 배포될 때마다 환자를 받는다. 그를 진찰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나의 임무다. 그런데 이 환자는 고질병을 앓고 있는 듯하다.

지면에서 독자들이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라 대부분 삽화나 그래프다. 이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데 능통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일로 추측된다. 기자들이 찍은 사진들은 이 추측에 힘을 더한다. 그들은 자주 초점이 맞지 않거나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사진을 찍는다. 이미지 사용에 있어서 이런 비효율성은 병에서 감기와 유사하다. 시간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자칫하다 지면의 생기 자체가 죽어버리게 되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기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할 것이다.

지면에서 기사의 제목과 내용, 심지어 지면의 성격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골절상이라 할 수 있겠다. 기사의 제목은 그 내용을 대표하는 것일 테고 지면의 성격은 기사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하지만 그런 유기성을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박형수 전 통계청장 인터뷰를 살펴보면, 관련 1면 제목은 “전직 통계청장에게 통계를 듣다”이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지난 8월에 있었던 황수경 통계청장의 경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학술적인 제목과 사회적인 내용으로 그 불일치가 일어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면에서의 본문을 살펴보면 통계청장 시절에 있었던 일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앞서 1면을 통해 살펴볼 것이라 예고한 내용은 없다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겠다. 2주라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일지라도 최소한 기사의 모양새는 다듬어야 할 것 이다.

독자위원이 갖는 지면의 한계로 진단은 여기까지다. 자세히 언급하지 못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사설의 기사 반복’, ‘깊이 없는 기사’, ‘현장감 없는 지면’, ‘반복되는 오탈자’, ‘어젠다 세팅의 문제’ 등등등. 의학에 있어서 진단과 함께 중요한 것은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립대신문의 ‘골든아워’는 아직 지나지 않았다.


김준수(철학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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