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휘 악장

▲ 우리대학 음악학과 오케스트라 김동휘 악장(음악 14)
무대가 밝아지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단원들이 안쪽에서부터 끄트머리까지 자리를 채워나가지만 지휘자 바로 왼쪽의 자리는 비어있다. 이때 박수소리와 함께 악장이 등장한다. 악장은 오케스트라 파트인 제1바이올린 주자 중 하나로서 오케스트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지난 21일 우리대학 음악학과는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가을 콘서트’를 가졌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 음악학과 오케스트라의 악장 김동휘(음악 14) 씨를 만나 공연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미처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악장이란?
악장은 영어로 콘서트마스터라고 불리는만큼 각 파트의 수석들과 소통을 통해 음악적으로든 인간적인 면으로든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서로 독립적인 존재로 둘의 성향에 따라 연주 준비과정의 분위기가 달라지곤 한다. 이때 서로를 중재하고 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휘자가 전체적인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악장은 지휘자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받아서 해석하고 이를 다시 단원에게 전달해 모두가 동의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1바이올린 주자가 악장을 맡는 이유
먼저 제1바이올린은 음악의 주선율을 연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악을 이끌어 가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제1바이올린의 맨 앞자리는 지휘자만큼이나 단원들이 보기 용이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간혹 가다 순간적으로 오케스트라끼리, 또는 지휘자와 박자 등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지휘자보다 직접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장을 보고 단원들이 소리를 맞춰가기도 한다. 때로는 표정이나 과장된 움직임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가는 지휘자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어떤 파트가 실수를 하면 가벼운 웃음을 지어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몸짓을 작게 또는 크게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절대 음악을 만들어내기 편한 자세는 아니다. 과장되게 움직이다보면 오히려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충실하지 못해 좋은 음색을 내지 못하거나 음정이 어긋나기도 한다.

악장의 역할에 별도의 공부가 필요한가
사실 악장이란 자리는 정석이 없다. 나 스스로도 주변을 보고 배우고, 혼자 생각하고, 역할을 정하는 과정을 겪었다.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음악을 넣기 위해 찬찬히 음악을 들으면서 오케스트라의 모든 음이 기보된 총보를 읽어가는 것이다. 리허설 때도 제1바이올린 악보를 놓기 위한 보면대 외에 보면대를 하나 더 놓고 그 위에 총보를 펼쳐놓는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악기가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는지 파악하고 공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공부한 것을 리허설이 끝난 후 각 파트의 수석들과 함께 공유하고 오케스트라 전체의 음악적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제1바이올린 파트의 연습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연 중 아찔한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연주를 위해선 연습을 연주 때처럼, 연주를 연습 때처럼 진행해야한다. 하지만 무대에서는 공연장의 특성상 연습실보다 소리가 더 많이 울리는 편이다. 실제로 지난 음악학과 공연 때도 연습 때는 잘 들리던 다른 파트의 소리가 공연 때는 잘 들리지 않아 아찔했다. 이럴 때는 나를 포함해 모두가 잘 하고 있겠지, 어련히 맞아떨어지겠지, 하고 믿음을 갖는다. 괜히 남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데 맞춰보려고 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 아찔한 것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끼리도 서로 맞아 떨어지지 않고 음악의 기준이 사라졌을 때다. 이럴 때 관객들에게 부끄럽기도, 미안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빠르게 빠져나오는 건 수석의 능력에 달렸다. 사실 각 파트의 음악이 안 맞아떨어진다는 걸 느끼면 대개 각 파트의 수석들은 아무리 어려운 부분을 연주하고 있더라도 순간적으로 서로 눈을 마주친다. 눈빛으로 지휘자를 따라갈지, 기준이 되는 악기 소리를 따라갈지, 악장을 따라갈지를 정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큰 위기라고 느껴졌을 때 “따라와”라고 소리 없이 입을 뻥긋해서 음악을 다시 맞췄던 경험도 있다.

무대, 부담감 없나
악장 자리에 짧지 않게 있었지만 솔직히 아직도 매공연마다 떨린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비법이 있지도 않다. 연주가 가까워지면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뛰기 때문에 그저 연주에 들어가기 두어 시간 전부터 연습을 막 하지도 않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입장하기 바로 전에는 ‘그냥 뭐, 잘하겠지. 열심히 했으니까’ 단 한 마디만 되뇐다. 대기실을 떠나 제1바이올린 파트 맨 앞에 위치한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연기’를 해야한다. 아무리 떨리더라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이기 때문에 여유로운 척하며 걸어나간다. 이때는 긴장탓인지 관객석의 얼굴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래도 웃으며 관객석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척한다. 하지만 재밌게도 악장으로서 가장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도 모두가 나만을 쳐다보는 이 순간이다.

연주가 끝나고 나면 어떤 심경인가
무대에 올라섰을 때 보이지 않던 관객석의 얼굴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이어 지휘자의 인사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올 때면 좋으면서도 안타까운 이중적인 마음이 들곤 한다. 악장은 연주가 끝나고 많은 이들로부터 좋은 감상평과 칭찬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평을 듣는 건 정말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단원들이 나에 비해 조금 덜 조명 받고 주목 받는다는 사실에 기분이 애매해지기도 한다. 나보다 더 고생하고 연습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텐데…. 사실 연주 때에도 악장과 지휘자는 상당히 많은 시선을 받는다. 관객들이 일반 단원들에게도 눈길을, ‘아 이 소리는 어떤 악기가 내는 소리구나’하며 지휘자와 악장 말고도 열심히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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