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콤한 음식에 끌립니다. 당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실제로 단맛을 내는 물질을 양수에 주입하면 태아가 양수를 더 많이 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 이러한 달콤한 본능을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파리 실험은 빛을 통해 우리의 입맛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바나나와 브로콜리가 있는 방에서, 초파리는 달콤한 바나나에게 이끌립니다. 그러나 이 초파리의 단맛 수용체에는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추가돼 있는 상태입니다. 이 초파리에 빨간색의 특정한 빛을 비추면 단맛을 내는 뉴런이 뇌에 신호를 보냅니다. 따라서 초파리가 브로콜리를 맛볼 때, 빨간색의 빛을 비추면 초파리는 브로콜리에서 단맛을 느끼게 됩니다. 빛을 이용해 초파리가 브로콜리를 바나나만큼 좋아하게 만든 것입니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과 유전공학을 이용해 동물의 특정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초파리 실험에서처럼, 빛을 통해 특정 신경세포를 억제하거나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광유전학 기술의 핵심은 이온통로의 조절입니다. 신경세포의 세포막에는 이온통로(ion channal)가 있는데, 이온통로는 나트륨 이온을 통과시키는 통로, 염소 이온을 통과시키는 통로 등 특정 이온을 통과시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통로가 열리고 닫힘에 따라 전하를 가진 이온들이 세포막으로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습니다. 이 때 유입된 이온의 전하는 신경세포의 활성화 정도를 결정합니다. 어떤 이온통로가 열리는지가 신경세포를 활성화할지 억제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광유전학은 빛에 따라 개폐가 결정되는 이온통로를 이용합니다. 특정 빛에 반응하는 이온통로를 특정 신경세포에 발현시키는 것입니다.

초파리 실험의 경우에는, 단맛 수용체에 유전자를 추가함으로써 특정 빨간빛에 반응하는 이온통로를 발현시킵니다. 빨간빛을 비추면 이온통로가 열려 신경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이온이 통과됩니다. 이러한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단맛을 느끼는 뉴런이 뇌에 신호를 보내고, 초파리는 실제 음식의 맛에 상관없이 빨간빛만 있으면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유전자를 삽입한 생쥐에게 광센서를 연결한 모습. 광유전학을 이용하면 빛을 비춤으로써 감각, 기억 등을 조절할 수 있다.
광유전학은 맛뿐 아니라 다른 기능의 많은 신경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이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예를 들어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세포를 억제함으로써 광유전학이 통증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광유전학이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바로 정신의학입니다. 알츠하이머나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상실 치료를 위해 광유전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MIT 연구진은 광유전학을 이용해 쥐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쥐의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후, 특정 냄새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전기충격을 가했습니다. 다음 날 쥐들은 특정 냄새를 맡기만 해도 경직되는 등 공포를 기억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대조 집단의 쥐에게도 똑같은 공포기억을 심어준 후, 단백질 합성 억제물질을 투입해 기억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쥐들은 특정 냄새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쥐들에게 특정 빛을 비추자 냄새 없이도 몸이 경직되는 공포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광유전학으로 인간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광유전학이 각광받는 이유는 원하는 특정 신경세포만을 조작할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광유전학은 이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기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입니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 몇 가지 넘어야 할 문제가 존재합니다. 먼저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인간에게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초파리나 쥐에게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를 주입했지만,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안전한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함께 진행돼야 합니다. 또한 빛을 비추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현재는 빛을 전달하는 데 무선 조종과 전력송신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 장치는 동물 머리 근처에 위치해야 한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따라서 생활에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끊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빛으로 우리의 감각과 기억을 형성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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