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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협하는 검은 그림자, 그루밍 성범죄
한태영 수습기자  |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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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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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리타>의 한 장면이다. 해당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지만 반면에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광주의 모 여고는 기간제 교사 A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부모님이 이혼해 혼자 살고 있는 제자 B양에게 접근해 호감을 얻고 자신에게 의지하게 한 뒤 이런 관계를 이용해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B양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A씨와 관계가 깨질 것을 우려해 성관계를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그루밍 성범죄의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의지하게 한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처벌 위해 명확한 판단기준 필수적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성범죄들 중 그루밍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편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단체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상담소에 의뢰된 78건의 청소년들의 상담 중 34건이 그루밍 성범죄와 관련 돼 있었다.

그러나 그루밍 성범죄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범죄 수법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설사 알아차린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이렇듯 범행사실을 입증해내기 힘든 만큼,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판단기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법부와 수사기관은 명확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예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는 꼬임을 통해 15세 소녀와 성관계를 갖고 임신까지 시킨 한 40대 기획사 대표 A씨는 2013년에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녀가 평소에 보낸 문자와 편지에서 사랑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이유로 A씨가 2심에서 받은 9년형의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미국의 경우 그루밍 성범죄를 판별해내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동에게 돈이나 선물을 주는 행위, 둘째는 연령에 적절하지 않는 성적인 주제에 대하여 대화하는 행위, 셋째는 아동에게 원하지 않는 입맞춤, 포옹 또는 신체적 접촉을 하는 행위, 마지막으로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함께 소풍을 가거나 산책하는 행위 등 이다. 이렇듯 미국은 그루밍 성폭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에 맞춰 처벌하고 있다.

성적자기결정권 부여 나이 현저히 낮아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법적연령이 낮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이란 성적인 문제를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자기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만13세 이상의 청소년에게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아동을 상대로 성관계를 갖는다면 아동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탁틴내일의 통계를 보면 만14~16세의 청소년이 35.8%로 그루밍 성범죄의 주요 표적이었으며, 만17~19세가 28.2%, 만 11~13세가 20.5%로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주 피해연령이 만13세 이상 청소년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만13세라는 나이는 타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일부 주, 영국, 호주에서는 만16세부터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는 만18세부터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한다. 선진국 중 우리나라와 같이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연령이 낮은 국가는 일본뿐이다. 그렇기에 비교적 어린 청소년들에게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우리나라는 청소년 그루밍 성범죄 처벌이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를 처벌로부터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제도가 없이는 처벌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그루밍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당 성범죄에 대한 인식확산과 처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한태영 수습기자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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