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데이트폭력의 현주소

지난 13일, A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연예인 ‘구하라’를 폭행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구하라와 A에게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사정으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엿새 만에 구하라가 경찰서에 나타나 해당 사건이 쌍방 폭행이었음을 주장했다. 이에 A씨는 구하라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지난 3월, 부산에 거주하는 한 여대생이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가 엘리베이터에서 겉옷이 다 벗겨진 채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여대생이 남자친구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지난 4월에는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이 이별을 고하자 여성의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데이트폭력’의 민낯이다. 

지난 20일에 여성가족부 등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4월 데이트폭력 관련 여성긴급전화1366 기준 상담 건수는 총 3천 90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 88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경찰청 통계 기준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4천 848건으로 작년보다 26% 증가했다.

데이트폭력의 범위, 어디까지일까

데이트폭력의 사전적인 정의는 ‘미혼의 연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폭력이나 위협’이다. 많은 이들이 데이트폭력을 단순히 ‘신체적 폭력’으로 국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에는 물리적, 성적 폭력에 더해 심리적, 정서적 폭력과 언어폭력 등을 포함한다. 이에 덧붙여 통제행동을 데이트폭력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통제행동에는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하는 행위’,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하는 행위’,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을 못 하게 하는 행위’ 등이 있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에는 ‘비난과 무시’, ‘고함과 욕설’, ‘사생활 감시 및 통제’, ‘신체폭력 및 상해’, ‘성추행 및 성폭행’, ‘유인 및 감금’, ‘디지털 데이트폭력’, ‘경제적 사회적 피해’, ‘기타, 데이트 관계 및 이별 후에도 지속되는 모든 폭력행위’ 등 이 포함된다.

데이트폭력 특례법안, 언제 마련될까

현재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형법 중 폭행죄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에 대한 특례법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구속 감금 등의 경우에 대한 대책’ 등과 같은 미비점이 존재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입법부에서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작년 12월 데이트폭력 법률을 발의한 함진규 의원의 발의안에서는 “현재 데이트폭력과 관련해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어 통상적인 폭력범죄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데이트폭력에 의한 살해 등 강력범죄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별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며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함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5개의 데이트폭력범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현재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일명 ‘클레어법’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방지하고 있다. 2009년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클레어 우드의 이름을 딴 이 법은 데이트 상대의 가정폭력 전과 또는 폭력과 관계된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했다. 경찰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담당 경찰서를 찾아가 신청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시행 첫 해 1300여 명의 여성을 데이트폭력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경우,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데이트 폭력을 방지하고 있다.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시행된 스토킹금지법이 그 시초다. 1994년에는 여성폭력방지법을 제정해 ‘의무 체포’와 ‘민사보호 명령(민사상접근금지명령)’을 수단으로 데이트폭력을 제재했다. 2000년에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가정폭력피해 이민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해 법을 강화했다.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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