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가을은 싱그러우면서도 아름답다. 나는 이번 3월 서울시립대에 교수로 부임한 캠퍼스 새내기이다. 나는 도시설계와 도시공간디자인을 주전공으로 하는데, 공교롭게도 나의 첫 설계 실무 작업은 대학 건물과 캠퍼스 마스터플랜이었으며, 나의 첫 연구 논문은 미국 대학 캠퍼스의 성장 질서와 배치 특성에 관한 분석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15년간 살았던 대전의 고향 집 근처에도 대학이 있었으며, 이후 서울에 와서도 대학가 근처나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다. 그리고, 미국에 유학을 가서도 가족들과 함께 대학 기혼자 기숙사에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인 30년 가까운 시간을 대학 캠퍼스 또는 캠퍼스 인근에서 산 셈이다.

이쯤 되면 대학 캠퍼스는 내 인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지난 3월부터 반년 넘게 서울시립대에서 일하면서, 나는 우리학교 캠퍼스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안전한 캠퍼스, 걷기 좋은 캠퍼스,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캠퍼스, 건물과 마당이 정갈한 캠퍼스 등이 내가 지난 반 년 동안 경험한 우리의 캠퍼스 모습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관심을 끈 캠퍼스 모습은 따로 있다. 서울시립대 캠퍼스는 캠퍼스 중앙을 가로지르는 보행로가 뻗어 있으며, 이와 맞물려 숲, 텃밭, 마당, 농구장, 분수대, 잔디밭, 연못 등의 오픈스페이스가 연이어 펼쳐진다. 이와 같은 보행로와 오픈스페이스를 위해, 자동차 도로는 자연스레 캠퍼스의 외곽을 일방으로 우회한다. 더욱이 밤이 되면 자동차 우회로마저도 캠퍼스 인근의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는 공간으로 바뀐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도시에 위치하는 시설 중에서 물론 편차가 있겠지만 대학 캠퍼스처럼 거대한 도시시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일례로, 우리가 아는 삼성동 코엑스몰을 포함한 한국종합무역센터 전체 단지의 대지면적이 20만㎡인데 비해, 서울시립대 캠퍼스는 이것의 2배가 넘는 42만㎡에 이른다. 우리에게는 우리학교 캠퍼스가 아담하고, 때로는 좁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우리학교 캠퍼스는 엄청난 크기의 면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대학 캠퍼스를 설계하고 연구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학 캠퍼스들이 대부분 산에 위치하고, 값비싼 아파트 단지처럼 담이나 펜스를 두르며,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서울시립대 캠퍼스는 비록 외통수로 배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지만, 건물들이 거의 평지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 주거지와 밀접해 있기에 캠퍼스 인근 주민들의 좋은 쉼터이자 운동 공간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서울시가 세운 학교이자, 서울시민을 위한 학교로서 어떤 캠퍼스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시민에게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시민을 보다 더 배려하는 캠퍼스일 것이다. 이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떠오른다. 대학과 맞닿은 초·중·고등학교와 펜스가 아니라, 길과 마당으로 만나는 캠퍼스, 대학 정문과 후문으로 도시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모든 공간에서 자연과 도시를 만나는 캠퍼스, 시민과 주민이 캠퍼스 외부인이나 방문객이 아니라, 대학의 일원으로서 아끼고 향유할 수 있는 캠퍼스라면 어떠할까?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며, 시대의 지성을 대표하지만, 사회와 유리된 대학은 존재할 수 없고, 대학 구성원만을 위한 대학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아가, 대학의 공간인 캠퍼스는 대학의 존재 의미와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학생들에게 캠퍼스 공간만큼 중요한 경험을 주고, 중요한 가치를 제시하며, 중요한 교육을 일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시대인이여, 당신이 꿈꾸는 서울시립대 캠퍼스는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서울시립대 캠퍼스는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대답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 믿는다.


김충호(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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