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오고 나무들이 떠나보내는 잎사귀도 늘어났다. 동시에 차기 총학생회 선본이 여럿 꾸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다. 올해에도, 우리대학 학생자치의 최전선에 서고자 하는 이들이 모이고 있는 듯하다.

21세기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소위 ‘천명을 받드는 영웅적 지도자가 세상을 바꾸기 어려운’ 시대다. 다양성의 가치가 인정되는 시대가 오면서 모두에게 옳은 천명이란 사라졌고 고도로 복잡해진 민주 시스템 아래서 개인이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도자가 양비론에 빠져 아무런 가치관 없이 모두를 이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동시에 패배주의에 빠져 발을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다.

총학생회는 모든 학생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모두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소외된 개인이 중얼거리는, 때로는 혼잣말 같은 속삭임이라도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뜻을 세웠다면 소신 있게 꾸준히 뜻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몇몇 학생이 만 명의 시대(市大)를 바꿔나갈 수 있을리 없다. 하지만 동시에 뜻과 소신이 있는 이를 믿어줄 사람도, 조력할 사람도 없을리 없다. 바꿔나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를 공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총학생회로서 학생을 대표하고자 하는 선본이 가져아할 자세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여러 해 동안 총학생회 후보가 나오지 않아 보궐선거에 매달려야 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선본 구성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 뿌듯한 일이다. 다만, 총학생회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은 단발성의 성공적인 축제 운영 외에도 수없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도, 예비 선본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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