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누리’ 기획

생활관장, 생활관 행정실장 인터뷰

현재 우리대학 생활관에 방문하면 한켠에 놓인 철책과 그 안에 살고 있는 골든 레트리버 ‘누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살이 조금 넘은 누리가 처음부터 철책 속에서 산 것은 아니다. 한 때는 나무 벤치 하나를 경계로 언제든지 학생들의 손길을 받을 수 있었다. 철책 속에서 웅크린 채 기자를 무심한 듯 쳐다보던 누리. 누리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사이 스트레스를 받진 않을까 걱정돼 건축학과 김소라 생활관장과 유대웅 행정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누리, 아프지 않아요

학생들의 심신안정 및 학생 또는 지역사회 간 교류증진을 위해 우리대학으로 입양된 누리에 대해 행정실장은 “누리는 회기 주변에 위치한 동물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며 “누리의 건강상태는 영양이 부족하지도, 비만이지도 않고 마치 교과서 같다”고 전했다. 누리가 가끔씩 이불이나 나무를 씹어대거나 토사물을 내뱉었던 경우에 대해서 행정실장은 “지금까지 성장기였던 누리의 이빨이 자라나면서 근질거림을 해소하기 위해 이불이나 나무를 씹곤 했던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물질이 체내로 들어가 이를 뱉어내기 위해 토를 하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트레스를 겪는 개들은 설사를 자주 하는데, 누리는 입양된 후 한번도 설사를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생활관 한켠에 위치한 공간이 누리에게 불편하진 않을까.

행정실장: 우리 사람 입장에서 철책 속의 누리를 보면 좁은 데서 갇혀 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저 공간은 누리가 먹고 자는 보금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누리의 진정한 활동무대는 우리대학 캠퍼스다. 기숙사 RA 중 산책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누리와 함께 캠퍼스를 누비곤 한다. 그럴때마다 누리는 활기찬 모습으로 학생들과 마주한다. 또 누리는 생활관에 살면서 800명이나 되는 기숙사생과 마주한다. 사실 누리를 처음 데려올 때 누리가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누리는 한번도 사람을 피한적이 없고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며 까불대는 친구다.(웃음)

누리가 요새 시무룩하다는 지적도 있던데

행정실장: 학교 건물 내에 개를 들이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먼저 개는 기본적으로 표정이 없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동물의 기분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건 사실 사람 스스로의 심리가 동물을 통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누리가 시무룩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건 청년세대의 괴로움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생활관에서는 항상 만취한 채 들어오는 고학년 등 정서적으로 불안해보이는 학생이 걱정돼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전 전혀 문제 없어요’라는 답이 들어오기 일쑤다. 이럴 때 누리가 이들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누리가 들어오고 나서 생활관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줄어들기도 했다.

누리와 학생에게 새로운 만남의 장을

이렇게 학생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게 지내던 누리. 하지만 큰 개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민원을 생활관에서 받아들이게 되면서 누리는 현재 철책 속에서 지내게 됐다. 건축학과 교수 김소라 생활관장은 “그런 민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민원 제기자들과 면담을 통해 누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누리와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생활관장은 건축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누리의 새 집을 지어주기 위한 설계 공모전을 열었다.

9월 중순까지 진행된 공모전에 17팀이 참여했고 1등 심사작에 대한 시공 준비가 시작됐다. 생활관장은 “1등 심사작은 누리와 학생들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실제 구현을 위해 설계 사무소와의 회의를 통해 실제 시공을 위한 실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관장에 따르면 11월 말에는 누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완성될 예정이다. 생활관장은 “시공이 완료되면 누리와 함께하는 RA(Residential Assistant) 프로그램인 ‘우리 집에 놀러와’도 재개할 예정”이라며 “누리가 지금보다 더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 손님이 왔을 때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누리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공이 이뤄지는 동안 누리는 잠시 ‘피난’을 떠난다. 행정실장은 “누리는 훈련소에 입소해 행동교정을 받는 등 보다 전문적인 특수목적견으로 거듭나기 위해 훈련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캠퍼스를 넘어 지역사회로

새로운 집이 생기면 학생들에게 더 큰 위로를 안겨 줄 누리. 하지만 누리의 활동무대는 사실 캠퍼스 바깥까지 이어진다. 이미 누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지역사회로 봉사를 떠나는 학생들의 동료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행정실장은 “학생들이 아동센터 등에 봉사를 가곤 하는데,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질 때가 많다”면서 “하지만 누리가 함께하면 누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 마음의 장벽이 낮아진다. 학생들이 떠날 시간이 될 무렵 아이들이 학생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정도로 친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실장은 “이런 경험은 학생들에게도 사회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한다”며 누리 덕분에 지역사회와 학생간의 월활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행정실장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전했다. “누리는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다. 또 대단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정리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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