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누리’ 기획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 학교 기숙사로 1년 전 이사 온 1살 골든 레트리버 누리라고 해요! 저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봉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여기로 오게 됐어요. 갖가지 고민으로 마음이 울적하신 분들도 저를 보고 만지고 나면 힘이 많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숙사 학생과 주변 주민분들이 좋아해 주실 때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저를 불쌍해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관리해주는 학생과 직원분들이 있어서 저는 지금 아주 건강하답니다. 매일 산책하러 나가고 목욕도 하고 밥은 더 많이 줬으면 좋겠지만 그만큼 먹어야 제가 살이 안 찐대요. 저를 좋아하는 학생분들이 같이 산책하러 나가곤 하는데 아마 저를 감당하시려면 꽤 많이 힘이 드실 거에요 :) 제 덩치가 옛날보다 많이 커졌고, 더 많은 분을 만날 수 있도록 제 집을 새로 지어주려고 하신다는데요. 학생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어서 너무 기대돼요!

 
‘누리’는 작년 8월부터 우리대학 생활관에서 기르고 있는 1살의 수컷 골든 레트리버다. 누리는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람 간의 매개 활동을 돕기 위해 생활관에 입주한 ‘특수 목적견’이다. 생활관은 “MIT 등 해외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심신안정을 위해 개를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누리도 학생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데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누리를 매개로 하여 학생들 간의 대화가 이어지며 서로 간의 어색함을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생활관은 기숙사 내에 개를 데려오기로 한 후 작년 6월에 동물매개활동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다. 이후 생활관 운영위원회의 승인, 총장보고, 법률 검토 등 여러 행정적 절차를 거쳐 누리를 데려올 수 있게 됐다. 누리를 데려오기로 결정한 이후엔 7마리 정도의 누리 후보들을 대상으로 성격과 친화력 등을 자세히 검토했고 그 결과 현재의 누리가 채택됐다.

그렇게 기숙사 안에서 살게 된 누리는 기숙사 입구 옆 복도 여유 공간을 배정받았다. 초기에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체구가 작았던 누리는 많은 학생의 호감을 샀다. 관계자는 “막 누리를 데려왔을 때 학생들이 페이스북으로 누리 방송을 하기도 했다”며 “이젠 너무 커져서 못생겨졌다고 농담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할 정도로 당시 누리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 가량이 지난 지금 누리는 그때보다 몸집이 몇 배로 커져 체중이 50kg대에 육박하는 대형견으로 자라났다. 몸은 다 컸지만, 성격이 유순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생활관 관계자는 “골든 레트리버는 2살부턴 얌전해지는데 아직 어려서 활동이 넘치고 사람한테 잘 덤빈다”고 말했다.

기숙사는 ‘누리 RA(Residential Assistant)’를 두고 누리에 대한 홍보와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다. 현재 누리RA에는 2명의 학생이 있다. 누리 RA의 구성원인 류지수(세무 15) 씨는 “누리가 학생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성원인 김성중(신소재공학 14) 씨는 “이외에도 산책하러 나가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홍보로 사람을 모으는 활동 등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 지난해 누리의 모습
앞으로 누리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활동으로는 ‘Don’t be shy, touch me’이라는 산책 프로그램이 있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개를 소개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화하고 서로 간의 친밀함을 쌓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생활관은 “산책 등의 동물매개 활동 프로그램 이외에도 자전거, 등산, 사회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견을 데려온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활동을 잘 수행할 체력이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이라고 생활관 측은 밝혔다.

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유대웅 행정실장은 “누리는 단순한 애완견이 아니다. 경비견이나 마약탐지견처럼 부여된 사명이 있고 학생들이 정서적인 교감을 하도록 돕기 위한 개”이라며 특수 목적견으로써 누리의 역할을 강조했다. 누리RA 학생들은 “누리는 사람을 잘 알아보고 좋아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누리와 접점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유상 기자 yys61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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