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책의 해’ 특집

 
책은 과거부터 ‘지식’과 ‘경험’의 저장고이자 매개체였다. 그 역할은 미래에도 주효할 것이나, 책의 형태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현재 우리는 e-book을 통해 수백 권의 책을 휴대하고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오디오 북을 통해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유추해보건대, 책의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채롭지 않을까. 어쩌면 미래에는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들은 전부 ‘책’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 포함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환민 국가전자정보컨소시엄(KESLI) 사무국장 인터뷰>

 
오픈 액세스의 기원 및 의의, 진행현황이 궁금합니다
오픈액세스 운동은 학술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출판사들이 논문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대고 논문에 대한 권리를 획득해서 이를 재판매하는 구조였습니다.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구조라서 자유로운 접근이 어려웠죠. 그래서 자유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선언을 2002년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한 게 오픈액세스 운동의 시초구요. 또 1995년 이후 전자저널이 활성화되기 시작해서 2010년 경에는 거의 모든 학술지가 전자출판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전자출판물은 한 번 출판하고 나면 무제한 복제, 전송이 가능하다는 특성도 있어요. 이러한 특성도 오픈액세스 저널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죠. 현황은 현재 웹 오브 사이언스를 기준으로 학술논문이 연간 200만 건 정도 나오는데 이 중 15%정도가 오픈액세스 저널입니다.

최근 오픈 액세스와 같이 지식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의 공유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많은 정보가 공개되면 사회발전이 이뤄지기는 하겠지만 오히려 정보에 대한 장벽이 더 높아지고 사회가 더 계층화 될 수도 있어요. 대규모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능력,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새로운 계급이 형성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이 있겠죠. 구글이 엄청난 기술로 데이터를 가공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면 그 정보가 모든 사회에 공평하게 활용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지식의 공유가 사회발전을 이뤄낼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윤리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겁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가 최근 늘어났습니다. 신뢰도를 높이면서 지식의 유통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해야겠죠. 검토를 거치지 않고 정보가 생산되는 것이 문제잖아요. 일부집단을 위해서만 생산된 정보가 악의적으로 유통되고 또 재생산될 수 있거든요. 예컨대, 유튜브는 누구나 송수신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콘텐츠에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퍼트리면 수신자의 경우 그것을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그럴 때 집단지성이 필요해요. 여러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펼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건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좋겠죠. 논문같은 경우도 게재되기 전에 동료연구자의 평가를 거쳐서 게재여부가 결정되거든요. 이와 같은 과정이 정보유통 과정에도 잘 정착되면 좋을 것 같네요. 또 기술의 발달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보기술이 발달해서 이미 공유되고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을 베이스로 삼아서 어떤 주장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주장은 사실일 확률이 몇 퍼센트고 거짓인 부분은 몇 퍼센트’와 같은 방식으로요.
 
지식의 공유와 저작자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일단 저작권법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법이 제정된건데 사회가 빨리 변하는 만큼 법제도가 이를 쫓아가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다른 방안으로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라는 것이 있어요.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놓은 일종의 규약이거든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는 CC, 출처 표기시 어떠한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BY, 상업적으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NC, 이 저작물을 변형하게 되는 경우 이용할 수 없다는 ND. 이렇게 총 네 종류가 있어요. 정리하자면, 저작권과 관련된 법제도가 사회발전을 따라 움직여주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와 같은 인증이 활성화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현창 서울휴먼라이브러리 담당자 인터뷰>

 
사람책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데 사람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지식이나 특기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함으로써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상담의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테이블 하나에 네, 다섯 명이 모여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공감하고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은 질문하면서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 그게 사람책이고 휴먼라이브러리에요.

한국에서 사람책이 어느 정도 대중화 됐는지 궁금해요
대학교에서는 고려대학교의 한 동아리에서 처음 시도했고요. 꾸준히 사람책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노원구의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있어요. 사회적 기업도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 일회용 성격의 행사로 끝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지역 도서관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도입하고 자문하려는 곳들이 꽤 많아졌어요.

기존 책과 비교해 사람책이 지닌 장점이 있을까요
기존 책은 글쓴이의 정제된 의견을 일방향적으로만 수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사람책은 말 그대로 글쓴이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즉시 받을 수 있어요. 기존의 책과 달리 글쓴이와 대화하면서 궁금한 점을 직접 질문하고 글쓴이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사람책 저자를 선발하는 자격에는 무엇이 있나요
누구나 사람책이 될 수 있어요.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사람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 나눌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만 있으면 돼요. 꼭 성공하고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책을 선발할 때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이 사람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들어보고, 주제에 맞는 저자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기준이라고 말하면 주제적합성, 적극성 또 검증하기 쉽진 않지만 진실성이 있습니다.

사람책의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사회는 아직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에 익숙하지 않아 합니다. 때문에 대화가 쌍방향적으로 이루어지기에는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또 아직 우리 삶에 충분한 여유가 없어요. 사람책 저자도 마찬가지거든요.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해요. 아직 우리 삶에는 이런 여유가 없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앞으로 휴먼라이브러리 사업의 확장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일단 홍보가 많이 필요해요. 홍보를 통해 사람책을 대출하는 독자들의 수를 높여서 대중화가 어느정도 진행되면 일상에도 테이블토크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리_ 김세훈 기자 shkim7@uos.ac.kr
성기태 기자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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