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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담긴 정치를 보다
안효진 기자  |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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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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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은 수상 결정자들의 정치적 성향, 시대정신, 사회 이슈 등 다양한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유산의 이자는 다섯 등분하여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개발을 한 사람, 생리학 또는 의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 문학 분야에서 이상주의적인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 국가 간의 우호와 군대의 폐지·삭감과 평화 회의의 개최·추진을 위해 가장 헌신한 사람에게 준다.” 알프레도 노벨은 이와 같은 유언을 통해 노벨상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인류에의 공헌을 위한 노벨상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노벨상으로 더 유명하다. 노벨은 약 44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 매우 큰 금액을 내놓으며 노벨상 재단을 설립했다. 그가 노벨상을 만든 이유는, 다이너마이트의 부정적 이용에 책임을 느끼며 인류에의 공헌을 실행하기 위함이라고 전해진다.

노벨의 유언 후 노벨상 수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벨의 가족들은 그의 재산의 대부분이 들어가는 노벨 재단 설립을 격렬히 반대했다. 또한 평화상 수상을 당시 스웨덴의 식민지였던 노르웨이에게 맡긴 점도 논란이 됐다. 결국 첫 노벨상 수상은 노벨의 죽음 후 5년이 지난 1901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현재 세계적인 명예를 가진 노벨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이다.

1968년에는 노벨경제학상이 새로 만들어진다. 노벨경제학상은 노벨 재단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이 설립 300주년을 맞아 만든 상이다. 따라서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으로, 노벨 재단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상금을 수여한다. 그러나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과 상금이 같으며, 함께 수상식에 참가함으로써 노벨상과 같은 범주로 묶인다.

노벨상 수상자는 전 세계에 명예롭게 이름을 떨칠 수 있을 뿐 아니라 800만 크로나(약 10억원)의 상금 또한 손에 쥘 수 있다. 이렇게 노벨상은 긴 역사를 거쳐 세계적인 권위와 영향력을 갖게 된 상이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편중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 화학, 경제학의 경우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문학의 경우 스웨덴 아카데미, 생리학 또는 의학의 경우 카롤린 의학연구소, 평화상의 경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노벨상은 후보와 선정과정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후보와 선정관련 문서 공개는 노벨상 수상으로부터 50년 후에 가능하다. 특정 국가의 기관이 수상을 결정하고, 그 과정이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노벨상은 공정성과 신뢰성 부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적 의미를 지닌 노벨평화상

노벨평화상은 인류평화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노벨상 중 그 기준이 가장 주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벨평화상은 특히 정치적 이슈나 국가 간 이해관계와 관련해 선정되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따라서 정치적 기준에 따라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06년, 시어도러 루스벨트는 러일전쟁을 원활히 해결했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러일전쟁 이후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데 일조하는 등 일본의 식민지 제국주의 정책에 부응한 사실이 있다. 이로 인해 루스벨트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루스벨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당시 유럽 등 서양에서 제국주의적 가치관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이것이 노벨상 수상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평가된다.

현대의 노벨평화상이 진보적 정치 성향으로 편중됐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4명 중 3명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노벨위원회가 선호하는 정치성향은 확고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전 세계의 핵무기 비축량을 감축하고 무슬림과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당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그가 실질적으로 이뤄낸 가시적인 성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노벨평화상은 이와 같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정치 지도자에게 때로는 무리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 아무리 공을 세워도 노벨상 수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 또한 나오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수상 자체로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여성 피해자를 치료하고 재활시킨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 데니스 무퀘게와 IS의 전쟁 성범죄를 밝힌 이라크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에게 돌아갔다. 노벨평화상 위원회 위원장은 “전쟁과 무력 분쟁의 무기로써 성폭력이 사용되는 일을 끝내야 한다”며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는데, 이러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도 연결돼 위안부 문제가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조명됐다. 데니스 무퀘게는 노벨상 수상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에게 성폭력과 맞설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노벨평화상은 수상자의 수상 이유에 따라 관련 분야의 정치적 관심이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노벨문학상, ‘이상적인 방향’ 해석의 변화

노벨의 유언에 따르면, 노벨문학상의 경우 ‘인류에의 공헌’이라는 일반적인 수상 조건 외에 ‘이상적인 방향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또다른 조건이 추가돼 있다. 이 조건은 매우 애매할뿐더러 유언에는 노벨이 정확히 어떤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는지도 설명돼 있지 않다. 따라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아카데미가 ‘이상적인 방향’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가 지금까지의 수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아카데미의 정치적 이상과 당시의 시대정신에 의해 선정 기준이 달라져 온 것이다.

그동안 수상자 공개 때 발표한 선정 이유와 수상으로부터 50년 후 공개하는 수상자 선정 관련 문서를 통해 스웨덴 아카데미가 ‘이상적 방향’을 해석해 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노벨상 수상이 시작된 20세기 초반에는 ‘고상하고 건전한 이상주의’가 수상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당시 스웨덴 아카데미 사무총장 카를 다비드 아프 비르센은 괴테의 이상과 가족, 국가, 교회를 신성하게 생각하는 보수주의적 이상주의를 매우 중시했고, 이는 수상에 그대로 반영됐다. 1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정치적 중립’이 수상 기준이 되며 대체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내용의 작품을 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의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1986년부터는 ‘전 세계의 문학’이라는 슬로건으로 국경을 초월한 심사가 수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러한 선정기준은 노벨의 유언에 포함돼 있던 사항이지만, 당시까지는 형식이었을 뿐 대부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유럽인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기조의 변화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된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의 헤르만 헤세가 있다. 그는 당시 “윤리적 무정부주의”의 입장을 취한다는 이유로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문학적 기법을 더욱 중시하게 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정치적인 이유로 노벨문학상 수상이 거부된 경우도 있다.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파스테르나크는 러시아혁명의 잔혹함과 그러한 시대 속 사람들의 고독, 방황 등을 표현한 소설을 썼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혁명과 혁명의 주체인 인민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대규모의 반대시위가 일어났고, 러시아에서의 책 출판이 거부당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파스테르나크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노벨상은 그 파급력이 큰만큼 정치적 민감도 또한 크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노벨상 또한 정치적 이유로 거부된 사례가 많다.

노벨상의 미래

평화상과 문화상 부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노벨상은 선정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발휘될 뿐 아니라 선정 자체로 사회에 정치적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노벨상은 올해로 117번째 생일을 맞았다. 긴 역사만큼 세계적으로 큰 명예를 지닌 노벨상의 앞으로의 방향과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참고 : 김욱동, 「노벨 문학상의 문화 정치학」, 외국문학연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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