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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가 집인 사람들, “살려달라”고 외치다
임하은 기자  |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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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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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의 밤은 밝다. 혜화역에서 내려 극장을 따라 걷다보면 높은 오르막길을 찾을 수 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사람들은 헥헥거리며 기어이 올라간다. 낙산공원은 가족, 연인, 친구들이 만나 멋진 야경을 기대하고 가는 곳이다. 그날 밤도 사람들은 화기애애하게 모여 서울의 밤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산공원에 도착해 조명을 단 한양도성을 따라 걷다보면 ‘이화마을’을 마주하게 된다. 마을 입구 팻말에는 ‘이화벽화마을’이라고 쓰여 있었다. 걸어들어가니 이제는 흔해진 날개모양 벽화가 눈에 띄었다. 날개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다른 벽화는 없나’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다른 벽화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섬뜩한 빨간 글자가 눈에 띄었다. 멀리서 보기에 얼핏 ‘살고싶다’는 글씨로 보였다. 두려운 마음을 뒤로하고 빨간 글씨 앞으로 다가갔다. 글씨는 하나가 아니었다. 스프레이로 쓴 빨간 글씨가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화마을은 ‘벽화마을’로 알려진 것과 달리 벽화를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다. 관광객의 증가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벽화를 직접 지우는 추세라고 한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말 그대로 과도한 관광으로 거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피해사례가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북촌 한옥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관광객들은 다른 여느 관광지를 여행하듯이 주거지를 들여다보며 사진을 촬영하고, 시끄럽게 거리를 활보한다. 주민들은 갑자기 관광지가 되어버린 자신의 주거지에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에 시달린다.

   
▲ 스프레이로 쓴 빨간 글씨는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화마을에서 드러나듯이 거주민이 불행한 관광지에서는 관광객도 즐거울 수 없다.
   
▲ 최근 낙후된 마을을 관광지로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마을 주민들이 직면한 가난은 관광객에게 추억거리, 구경거리가 되고있다.
이화마을 곳곳에 서울시가 만든 ‘조용히 해주세요’ 안내판도 눈에 띄었다. 큰 골목에는 ‘이화동 성곽마을 관리형 주거환경개선 정비계획 주민설명회’라고 붙여진 포스터도 걸려있다. 정부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 6월 서울시는 북촌한옥마을 내 ‘관광시간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마을 입구에 오전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만 관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책이다. 또한 이번 10월부터는 북촌 한옥마을 근처에는 ‘차 없는 거리’ 정책을 실시한다.

문제의 근원은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온 관광객들’이 아니라 마을의 유명세가 주민들에게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윤종복 종로구의원은 종로관광 주민토론회에서 “북촌으로 몰려드는 소비자의 파급효과가 2조원이라는데, 수익을 북촌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주거지가 관광지가 되면서 피해는 거주민이 받고, 이득은 마을 밖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 낙후된 거주지가 관광지로 조명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가난을 전시한다’는 비판에도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인천 괭이부리마을이 있다. 인천시는 괭이부리마을에 ‘옛 생활 체험관’이라는 명목 으로 ‘쪽방촌 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괭이부리마을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쪽방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직면한 가난이 관광객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이다.

이화마을의 골목골목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발걸음이 시끄럽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할 말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다. 주민이 불행한 관광지는 관광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관광객이 행복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행복이 먼저이다.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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