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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연예술계 노동자는 상품이 아냐”
정리_ 임하은 기자  |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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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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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하해성 조직부장 인터뷰>

12일 금요일 저녁, 충무아트센터에는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대부분 현재 상영 중인 뮤지컬 <바넘>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입구 쪽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는 어떤 무리가 눈에 띄었다. 지난 5월 11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와 토요일 오후 5시 30분에 이곳 충무아트센터 입구에서 아트센터 노동자들은 쟁의 행위를 벌이고 있다. 단체 협약 갱신을 위해 18차례에 걸쳐 교섭과 쟁의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하해성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
과로에 지쳐가는 충무아트센터 노동자들

충무아트센터는 지난 2005년 개관해 중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종합예술시설로 대형·중형·소형 등 총 3개의 극장이 있다. 그러나 무대기술부(음향, 조명, 기계) 노동자의 인원은 11명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시설관리 노동자의 결원이 충원되지 않은 지 1년이 넘어 가고 있다. 현재 충무아트센터 측은 공공기관으로서 전체 노동자 50명에 해당하는 예산을 받고 있으나 2명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음에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아트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랜 연장노동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실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충무아트센터 분회의 자료에 따르면 충무아트센터 무대기술부 노동자들은 뮤지컬 <바넘>을 준비하는 동안 빠듯한 공연 일정과 부족한 인원 때문에 첫주에는 70시간, 둘째주에는 80시간 정도의 일을 했다고 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충무아트센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등 다른 예술기관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 충무아트센터에서 노동자들의 노조 행위를 지원하고 있는 하해성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본격적인 쟁의가 이뤄지기에 앞서 공연예술계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연예술계 노동자들의 현실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면 도입됐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등 근로자의 복지를 위한 분위기가 확산됐다. 하지만 공연예술계 노동자들은 여전히 밤샘 작업을 하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 머물러 있다. 하해성 조직부장은 그 이유를 ‘공연예술계가 가지는 특성’ 때문이라 설명했다. 하해성 조직부장은 “일반적인 노동 현장과 달리 공연예술계가 가지는 특성이 있다. 특정 기간 안에 어떤 콘텐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할 때 한 번 촬영을 했음에도 감독이 보고 퀄리티가 별로면 다음날 다시 찍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노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처럼 업무 특성상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몇몇 업종에 대해 별도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운수업·물품 판매 및 보관업·금융보험업·영화 제작 및 흥행업·통신업·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광고업·의료 및 위생 사업·접객업·소각 및 청소업·이용업·기타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정하는 사업’에 대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중 ‘금융업·우편업·교육서비스업·광고업’ 등 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여기에 ‘영상?오디오 기록을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과 같은 콘텐츠 분야도 포함시켰다. 다만 제외된 업종이라도 주 52시간제 시행이 적용되는 건 내년 7월부터이며, 그 전까지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주 68시간이 적용된다. 제도 보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문화·예술계를 대상으로 ‘콘텐츠 분야 기본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나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어 근무시간 적용기준을 두고 업계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충무아트센터의 경우 중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때문에 지난 7월 시행된 52시간 근무제가 바로 적용된다. 그러나 하해성 조직부장은 “근로시간표에는 (근로 시간을) 52시간으로 명시해 놓고는 노동자들에게 훨씬 많은 일을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내라고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술인들의 열정페이 악용도 문제

하해성 조직부장은 예술계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사용자가 예술계 노동자들의 ‘열정페이’, 즉 예술에 대한 이들의 열정을 악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조명 담당자인데 조명이 설치된 게 마음에 안 들면 노동시간이 끝나도 배우의 호흡에 맞게끔 밤새서 준비를 한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열정이나 감성을 착취하는 셈이다.”

예술산업에 대한 고정관념 또한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하해성 조직부장은 “예전 충무로 영화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라면만 먹어가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오늘날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 때문에 지금도 공연예술계 노동자들은 과도한 열정을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충무아트센터의 경우 다른 예술기관에 비해 상황이 더 열악한 편이다. 충무아트센터와 동일하게 3개의 극장을 운영하는 국립극장의 경우 무대기술부 근로자가 33명인 반면 충무아트센터는 10명에 불과하다. 

   
▲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지만 충무아트센터의 노동자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자본주의와 시장 논리 속 폄하되는 노동의 가치

“만약 전 세상에 유일하게 딱 하나밖에 없는 돌이 있으면 그 돌은 엄청난 가치를 지닐 것이다, 희소하니까.” 가치경쟁에서 밀린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지원으로부터 멀어진다. 예산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공연의 경우 메이저급 배우들에게 공연 전체 제작비의 3분의 2가량이 배분된다. 그리고나서 나머지를 스태프들이 나눠 갖는다. 결국 스태프들은 가난하고 힘들게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여기에는 시장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해성 조직부장은 “주연 배우를 판단할 때 2018년 10월 이 시기에 저만큼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3명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무대 밖 노동자들은 시장에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값싼 인력으로 본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력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시각이 만연하다.

예술산업이 지닌 가치를 돌아볼 필요

하해성 조직부장은 예술계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정부와 국가, 그리고 각계각층이 문화예술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충무아트센터처럼 관객이 직접 공연장에 와서 배우들과 호흡해야 하는 예술기관의 경우,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매체이자 출판·관광 산업 등 관련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하해성 조직부장은 “중구는 특히 한성 안쪽에 있었던 구역이라 수많은 역사적 유적과 문화유산들이 많다. 충무로 역시 특수한 현대 영화산업의 발판이 됐던 곳이다. 때문에 정부나 국가에서 중요성을 깨닫고 시민들이 문화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예산을 장기적으로 배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화예술을 단순한 ‘산업’으로 보지 말아야

끝으로 하해성 조직부장은 공연예술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국처럼 노동자들을 인격으로서 잘 대우해주고, 그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임금을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과로를 덜기 위해 무대 준비기간을 늘리지 못한다면 인원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종사하는 문화예술을 단순한 ‘산업’으로 보는 시각 역시 사라져야 한다며 “투자했으면 이익을 얻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문화가 전체 구성원들에게 주는 가치를 고려하며 실질적으로 예산을 배치하고, 노동자들의 삶까지 배려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장시간 축적되면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고 자생력 있는 시장이 형성된다.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때 그들 역시 자신의 직업과 직장에서의 관계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가 노동자들이 꿈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돼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인터뷰·사진_ 오영은 기자 oye1211@uos.ac.kr
정리_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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