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내일>

어떤 약을 먹고 누워야?잠이 들 수 있을까. 사실 알고 있지만 좀 불안해. 내게 엉켜있는 문제들을?말하기 싫지만 나는 너무도 지쳐 있지.

가수 10cm의 노래<help>의 가사일부이다.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 속 각자의 일로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일들에 얽혀 불안에 떨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웹툰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공감되는 웹툰 <내일>

웹툰<내일>은 자살률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저승에서 대책을 마련하고자 만든 위기관리팀의 저승사자들이 자살을 하려 는 사람들을 만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웹툰이다. 보통 저승사자라 하면 죽음만을 떠올리기 쉽기 때문에 저승사자가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 웹툰 안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현대인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사회문제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웹툰에 공감하며 감상하게 된다.


예를 들어 따돌림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는 부분에서는 왕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가에 집중하기보다 피해자의 감정을 중심으로 사건을 조명하며, 따돌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따돌림 피해자의 감정을 중심으로 하루하루를 보여주며 ‘피해자가 왜 자살을 결심하게 됐는가?’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독자들은 ‘따돌림’이라는 사회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저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전하기도 한다.  왕따를 행한 피의자를 징벌하기도 하고, 성희롱 하는 직장상사를 처벌하기도 하며 웹툰을 읽는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전달한다.

‘들어주기’의 중요성

이 웹툰의 또 다른 매력은 우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중요성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웹툰에서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의 고민을 들을 때, ‘힘내’라는 말로 위로하곤 한다. 상대방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그 말은 상대방에게 큰 힘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상대방은 이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웹툰은 ‘들어주기’에 대해 주목한다. 상대방이 타인에게 고민을 얘기하는 것은 ‘힘내’라는 말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와 관련한 이야기 속 저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서 이런 작가의 의중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승사자들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어떤 특별한 위로를 하기보다, 피해자의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하는데 우선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장면을 통해 상대방에게 해결방안을 얘기해 주기보다 들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피해자 옆의 피해자

이 웹툰은 또 단순히 사회문제의 피해자만 다루지 않는다. 저승사자들은 피해자의 사연뿐만 아니라 그 피해자 옆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경청한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 외의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상처를 받은 가족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성폭력이 개인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는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큰 파장을 미치는 현대 사회문제의 영향력과 심각성을 파악 할 수 있다.

사회는 복잡해지고, 사회문제도 그만큼 복잡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속사정도 깊어져 간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각자의 속사정을 쉽게 얘기하지 못한다. 모두가 바쁜 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태 속 위로 받고 싶다면, 또 다른 사람에게 공감 받고 싶다면 이 웹툰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내일을 응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태영 기자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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