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그래프는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2017년 국제 부패인식지수(CPI)이다.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중 51위를 차지했고 OECD 가입 35개국 중에 29위를 기록했다. CPI의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현 정부는 부정부패에 대한 청산을 목표로 출범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부패에 대한 관심은 크고 문제의식도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흐름과 달리 부패방지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며 부패 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 진행 과정이 현저히 더딘 까닭이다.

대한민국 부패방지기구의 역사

1995년부터 시민단체들은 부패방지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1996년 시민단체의 입법청원 이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음 제출했다. 그리고 2001년 법 제정 논의 6년여 만에 국회를 통과, 공포 후 2002년 초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 의해 대통령 직속의 부패방지 총괄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2005년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청렴위원회’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그러다 2008년 2월 29일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와 함께 통합돼 ‘국민권익위원회’로 재정비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고충민원 조사 및 처리 ▲고충 및 부패를 유발하는 행정 제도 개선 ▲국민신문고 및 110정부민원통합콜센터 운영 ▲국가청렴정책의 수립·조정·평가 ▲부패행위 신고 접수 및 처리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 등 공직윤리 확립 ▲부패행위자에 대한 신변보호 및 신분보장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의 운영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원회)로 재정비되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달리 권익위원회는 국무총리 직속 기관이다. 위상이 한 단계 격하된 것이다. 권익위원회 조사관들은 조사권이 없고 심사권만 가지고 있다. 조사가 필요한 신고의 경우에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감독기관 등 조사 기관으로 이첩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인력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부패관련 전문 인력을 확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이후 계약직 외부 전문가들이 대거 떠났고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조사경험이 없는 조사관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11월 현재 국회에 권익위원회 소속으로 설치돼 있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옮기고, 권익위원회의 명칭을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는 ‘행정심판법’, ‘부패방지 및 국가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권익위원회 아래에 있는 중앙행정심판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꾸고, 현재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겸하는 위원장직을 법제처장이 겸임하도록 했다. 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총괄기구로서 이름을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고 역할도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두 법안 모두 올 1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강력한 반부패기구

싱가포르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아시아국가로서는 유일하게 10권을 유지하는 나라다. 독립 초기부터 강력한 반부패법 토대 위에 민간과 공공부문의 모든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탐오조사국(CPIB)’을 가동했다. CPIB는 영국 식민 통치 당시인 1952년 설립됐다. 1959년 독립 이후 혼란기에 리콴유 초대총리의 부패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따라 CPIB가 독립성을 확보했다.

1960년 강력한 부패방지법이 제정돼 CPIB는 날개를 달았다. 싱가포르에서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지만, 부패 사건은 CPIB가 민간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수사한다. CPIB는 부패사건 용의자를 영장 없이 구금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용의자의 가족과 대리인의 금융기록까지 조사할 수 있으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다른 부패 범죄는 물론, 경찰에서 접수한 부패 사건도 넘겨받아 수사한다. 이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부패근절에 대한 의지와 강력한 부패방지법 토대 위에서 CPIB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고의 반부패 국가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우리대학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이정주 교수는 “현재의 국민권익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현 권익위원회는 과거의 독립적인 반부패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를 기능이나 성격이 전혀 다른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만든 조직” 이라고 전했다. 또한 “싱가포르나 홍콩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별도의 인력을 통해 반부패기구를 운영한다”며 “현재 권익위원회의 조직구성원 충원방식이 타 행정기관의 충원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 이 교수는 “가능하다면 정부 소속 기관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기구로서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부패신고자, 그들을 지키기 위해

공직부문의 경우,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아 부패행위를 신고했을 때 비밀보장·신변보호·신분보장·책임감면·보상 및 포상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 부패신고자의 경우, 2011년 이전에는 법의 미비로 인해 보호 및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됨에 따라 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신고대상은 국민의 건강·안전, 환경, 소비자 보호 및 공정거래 등에 관련된 법률의 벌칙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에 해당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상법, 형법 등 기업의 불법비리 행위와 관련돼 있는 법률들이 공익신고 대상 법률에서 모두 제외돼 기업의 부패행위에 대한 공익신고는 보호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 명시돼 있지만 이러한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구조금을 신청하는 절차가 번거로우며 그 조건도 까다롭다. 게다가 신고자는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8조에 의하면 공익신고자는 각종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연락처 등의 인적사항을 기록해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공정한 경쟁 등을 저해하는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할 때 변호사를 통한 대리신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공익신고자의 신분노출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 전망이다. 권익위원회는 변호사를 통해 본인의 이름이 아닌 변호사의 이름으로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밝혔다. 개정 공인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신고자의 인적사항과 위임장은 권익위원회가 봉인해 보관하게 됐다. 이와 함께 공익신고자 보호조치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 부과되는 이행강제금 상한액이 기존의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되고, 2년이 지나면 부과할 수 없던 이행강제금에 대해서 보호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부과할 수 있는 등 보호조치결정의 실효성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필요성이 있다. 부패신고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세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크고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것처럼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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