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기획

조용해 보이는 우리대학에도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이 우리대학 인권단체 세 곳을 찾아갔다.      -편집자주-

<여성주의 모임 ‘UOSFEMI’>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메갈·워마드 논란, 탈코르셋 운동, 불법촬영 규탄까지,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역사에는 연일 새로운 챕터가 쓰이고 있다. 우리대학에도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 있다. 우리대학 여성주의 모임 UOSFEMI의 운영진 하유진(교통 16)씨와 김수덕(가명)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 하유진씨와 김수덕씨는 “숏컷한 머리가 인터뷰 사진에 나오면 좋겠다”며 허전해진 뒷목을 드러냈다. 탈코르셋 운동이란 여성에게 “예쁘지 않아도 된다”며 화장, 긴 머리, 브래지어 등을 거부하는 운동이다.
UOSFEMI는 어떤 조직인가
김수덕(이하 김): UOSFEMI는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학우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현재 등록인원은 20명 정도 되는데,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11명 정도다.
하유진(이하 하): 교내에 여성주의 조직이 별로 없지 않나. UOSFEMI가 우리대학에서는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데, 드러나지 않은 다른 조직 분들과도 연대하고 싶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하: UOSFEMI의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은 여성주의 독서 스터디다. 현재까지 <페미니즘 사상>, <백래시>, <맨스플레인>, <월경의 정치학> 등의 도서를 스터디 해왔다. 다음 주에는 모임 내 토론회도 예정돼있다.
지난 학기에는 도시사회학과 여학우회 분들과 함께 월경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축제 때는 월경용품 전시 부스를 운영하며 여성주의 의제를 소개하는 활동도 했다. 계획 중인 사업으로는, 운동 프로그램을 기획해 한국여성재단이 주최하는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에 응모했다. 다이어트에 초점이 맞춰진 여성들의 운동에서 벗어나 ‘여성의 진짜 건강’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선정된다면 내년 중에 실시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이 우리대학을 성평등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성평등 강의의 개설’과 ‘학교의 시설물을 남성 위주의 표기에서 양성을 포괄하는 표기로 고치겠다’는 계획에는 공감하고 지지한다. 그런데 학교에 직접 문의해보니 강의제도의 개편은 아직 기획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김: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성평등 정책은 남성 기득권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성평등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문제를 해결할 진정한 성평등 정책이 나오려면,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여학생회와 같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총여학생회에 출마할 생각은 없나
하: UOSFEMI 초기에는 총여학생회의 발족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인 조직이었다. 그런데 학내에 페미니즘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인력이 부족했으며 당시 페미니스트들 간의 의견도 많이 갈렸다. 고민해본 결과, 먼저 동아리로 발전시키기로 결정을 했다. 지난 학기에 가등록 동아리 신청을 했고, 이번학기에도 할 예정이다. 총여학생회로 발전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활동인력의 충원이고, 둘째는 여학우들을 포함한 우리대학 학우들의 지지이다.

활동을 하면서 고민스러운 사안은 없나
하: 회원들의 신상공개 문제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에 신경 쓰고 있다. UOS FEMI로 모인 분들도 용기를 내어 찾아오셨지만, 얼굴이나 이름을 드러내고 활동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대학 내 익명여론에 대한 성명문을 준비중이다. 때로는 사건의 해결에 앞장서는, 우리대학 내 익명여론의 2차 가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대학에는 남학생이 더 많기 때문에 ‘남성회원을 받아야 하느냐’는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현재 UOSFEMI는 동아리로서 발족을 앞두고 있고, 남성 페미니스트도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성 회원도 가입은 가능하지만, 아직은 한명도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 우리 사회는 남성 입장을 중심으로 많은 의제들을 판단해왔다. 우리대학도 역시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이 아닌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우리사회는 여성에게 남성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왔고, 여성을 비난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말과 여성의 말을 편견 없이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김: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진짜 공정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특히 ‘변하지 않는다’, ‘귀찮다’ 등의 이유로 여성 의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평등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정리_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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