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1950년 미국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된 매카시즘이 떠오른다. 매카시즘은 1950년대 초 미국 전역을 반공산주의 광풍으로 몰아넣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1950년 2월 매카시 의원은 “미국 정부의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들이 침투해서 체제전복을 꾀하고 있다”라고 고발한다. 매카시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당시 미국의 경제 상황은 침체기였으며, 소련은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고, 동독에 독일 민주공화국이 성립되었으며, 중국은 공산화되었다. 미국인들에게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매카시는 맨 주먹으로 국회의사당의 탁자를 내리치고 목청을 높이면서 가공의 ‘공산주의자’를 만들어 냈고, 반공산주의의 사회 지배적 정서를 등에 입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카시즘은 현재 맹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사회를 십 여년 동안 지배했던 이 이념으로 말미암아 결국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됐으며, 미국의 대외적 위신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게다가 매카시즘은 미국인의 발전되어야 할 지적 활동마저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유력한 정치가나 지식인들도 매카시즘을 두려워하여 매카시즘의 잣대에 걸리지 않는 데에 급급하다보니 정책의 타당성이나 국민의 요구를 고려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 주변의 모습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 찬탈 과정에서 많은 민주 인사들을 투옥하고, 많은 정치가들의 활동을 중지시켰던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슷하다. 매카시즘이 성행하던 시대와 현저히 달라진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시대이지만 한국의 매카시즘인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존속되고 있다.

소련의 붕괴를 시작으로 공산주의는 그 사상의 색이 많이 바랬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안보를 위해서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매카시즘과 같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카시즘과 국가보안법. 너무나 닮아있는 모습에 매카시즘의 거울에 비추어 국가보안법의 결말을 내다 볼 수 있다. 후대에 피할 수 없는 비판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당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 숙제를 해결할 열쇠는 미래를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깨어있는 시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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