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 지난 11월 29일, 산재노동자의 생활을 분석·발표하는 제5회 산재보험패널 학술대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공업화의 가속은 우리에게 경제적 발전과 풍요로운 생활을 가져다줬다. 한편으로, 생산기술의 자동화와 기계화는 전에 없던 사고와 질병의 공포로 노동자들을 몰아넣었다. 노동자 복지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없던 시절, 노동자들은 노동 과정에서의 재해 피해를 모두 떠안아야했다. 당시 광부의 폐질환, 공장 노동자의 수은중독이 만연했음에도 예방 또는 사후 보상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산업재해의 개념은 근대기술의 도입과 이로 인한 노동 재해의 가시화로부터 시작됐다.

산업재해는 업무상의 재해를 뜻한다. 따라서 산업재해는 공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현대 사회의 산업재해는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고, 우리 주변과 일상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우리대학 음악학과 대학원생의 무대추락 사고는 아르바이트 중 부적절한 고용 환경에 의해 산업재해가 일어났음을 보여줬다. 과로사, 출퇴근 재해 보장 등 이번 해에 새롭게 바뀐 산업재해 인정 기준은 산업재해가 사회 변화에 따라 진화·확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산재노동자의 사후 관리를 평가해

우리 삶에서 산업재해가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노동자에게 단순한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재활과 재활을 통한 사회 복귀 또한 보장한다. 산재보험패널조사(PSWCI)는 이러한 산재보험의 사후 관리적 목적을 평가하기에 적절하다. 특정 산재노동자의 삶의 질을 추적하고 조사해 산재노동자의 직업복귀와 사회경제적 특성을 폭넓게 다루기 때문이다. 제5회 산재보험패널 학술대회에서는 5년간의 조사 자료를 활용한 전문가와 실무자 간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학술대회의 첫 순서로 근로복지연구원은 ‘산재보험패널조사로 살펴본 산재노동자의 모습’을 분석 발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산업재해 후 원래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한 노동자가 다른 직장으로 취업한 노동자보다 안정적으로 일한다는 것이었다. 2013년 원직장 복귀자가 2017년까지 직장을 유지한 비율은 65.9%로, 다른 직장 취업자의 유지 비율인 42.2%보다 높았다. 이는 산재노동자의 원직장 복귀가 그들의 전반적인 노동과 생활 유지를 위해 핵심적인 부분임을 시사한다.

▲ 산재노동자의 취업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산재노동자가 타 직장 또는 자영업으로 새로 취업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데 반해,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원직장 복귀와 취업상태 유지가 중요해

근로복지연구원의 발표 후, ‘재활을 통한 직업복귀’라는 산재보험의 궁극적 목적을 반영한 주제로 10개의 논문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그 중 앞서 강조된 산재노동자의 원직장 복귀와 직업 유지에 관련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평택대학교 재활상담학과 이상진 교수는 산재노동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주제로 산재노동자의 취업-미취업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산재노동자가 원래의 직장으로 복귀한 비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며, 타직장 혹은 자영업, 무급가족종사자로 취업한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원직장에 복귀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바라는 형태의 직장 복귀라는 점에서, 원직장 복귀를 활성화하기 위한 개별 맞춤형 지원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책적 함의를 제시했다. 이 교수의 제안에는 △원직장에 복귀해 직업생활을 유지하는 노동자에 대한 수당 등의 지원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원직장 복귀에 대한 동기 부여 △신체기능평가를 통한 직업복귀 소견서, 사업자나 산재노동자에 대한 집중상담, 산재노동자 직업훈련 강화프로그램, 안전한 환경으로의 사업장 강화 등을 통한 산재노동자와 사업주의 직업복귀 후 적응 불안감 감소 △의사, 산재전문 재활 간호사, 잡코디네이터, 작업치료사, 사업주 등으로 구성된 원직복귀를 위한 사례관리 팀 마련으로 맞춤형·개별화된 원직복귀 지원 서비스 제공 등이 있다.

이외에도 직업재활, 의료재활, 사회재활 등 재활서비스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주목되는 부분은 재활서비스가 취업에는 효과가 있지만, 취업상태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취업상태인 산재노동자가 포함된 전체 산재노동자 집단의 경우, 미취업상태의 산재노동자 집단보다 재활서비스 이용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즉, 재활서비스는 산재노동자가 미취업에서 취업으로 경제활동 상태를 변화하는데 영향을 주지만, 취업상태로 전환 이후에는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추측할 수 있다.

산재노동자 관련 연구에서 고려할 점은

토론에서는 산재노동자 관련 전반적 연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살펴볼 수 있었다. 토론자 박은주 근로복지연구원은 재활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과 관련된 문제를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취업이 된 노동자는 재활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취업이 안 된 사람들이 취업을 위해 재활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의 복귀율은 낮고, 이용하지 않은 사람의 복귀율이 높은 결과가 나온다”며 패널 조사에 있어서 선별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또한 “산재노동자가 무급가족종사자로 일하는 것을 경제활동에 복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며 무급가족종사자의 개념을 미취업이 아니더라도 미복귀 등으로 정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 분야에 관련해서는, “패널조사를 활용한 연구들이 직업복귀에 치우쳐져 있다”며 “생활수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주제로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이승렬 본부장은 “연구자와 공단 직원간의 교류를 통해 연구자가 분석한 내용과 실무자가 현장에서 체험한 내용을 조율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복지 욕구의 상승에 따라 산업재해 관련 정책의 개선과 진화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동 권리의 발전을 위해 산업재해 관련 사회조사와 이를 활용한 실질적이고 꾸준한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글·사진_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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